자전거 사랑

(20.8.29) 여자만~순천만 환종주

EverGreenMan 2020. 8. 30. 13:37

요즘 온 나라를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코로나가 심각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거기에다 또다른 태풍이 북상한다고 하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이렇게 한껏 움츠린 마음을 다 잡고자 개인적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하고 싶었다.

평소 해바라기 회원들과 함께 가고 싶었던 '여자만~순천만 환종주'코스다.

이 코스는 지역 라이더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오히려 타지역 라이더들이 3개시군의 바다와 해안도로의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보기위해 많이들 찾는 코스다.

이 코스는 도전은 개인적으로 이번까지 3번째다.
올해 1월 혼자 라이딩을 하다 벌교 90Km지점에서 펑크가 나서 부득이 눈물을 머금고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과

올해 4월 민간동호회원분들과 폭우속에서 저체온으로 라이딩을 완주했고

이번이 세번째 환주 도전이다.

해바라기 카페에 공지는 했지만 희망 참여자도 확신도 없고 혼자가려고 하니 부담이 되어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참여자가 나를 포함해 영복선배님, 형명회장님, 은주회원까지 4명이나 되어 멋진 라이딩이 기대됐다.

토요일 환주라이딩에 참석인원이 확정을 된 후 금요일 늦은 오후 기상청 예보를 보니 이게 뭐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거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미국 위성지도 앱을 다시확인해 보니 기상청 예보와는 완전 다르다.
시간대별로 전남 동부 6군 지역은 새벽에 잠시 비구름이 머무르고 그 외 시간은 완전 화창한 날씨로 나왔다.

일단 평소대로 기상청 예보는 무시하고 위성지도 앱을 믿기로 했다.

새벽에 내리는 비도 강수량이 많지 않을 것 같아 큰 신경은 쓰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렸다.

4시 10분!
무의식적으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곧바로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했다.
어두웠지만 날씨는 좋았다.

4시 35분!
짐을 다 챙기고 나서려는데 은주회원에게 밖에 비가 내린다고 카톡이 왔다.
일단 은주회원에게 곧 그칠거라며 답장을 하고
다시 베란다로 나가봤다.

밖은 어두웠지만 분명 소리는 들렸다. 똑똑똑..
분명 비 떨어지는 소리였다.
아파트 단지 가로등에 비춰지는 도로바닥에도 비로 흥건히 젖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시 40분!
아침식사는 생략하고 집을 나섰고 바깥은 아직 컴컴했다.
바깥에서 직접 비를 맞으니 더욱 현재 상황이 피부로 다가왔다.
그래도 퍼붓는 수준은 아니여서 맞을 만 했다.

라이트를 켜고 떨어지는 빗속을 가르며 다른 날보다 안전하게 페달링을 했고 약속장소인 가곡정자로 가기 위해 자전거도로로 내려갔다.

가곡정자로 가는 자전거도로에는 새벽부터 부지런하신 분들이 벌써 운동도 하고 라이딩도 즐기고 계셨다.
참 세상에는 부지런한 분들이 많으시다.

5시 5분~
가곡정자에 도착했다.
오늘 라이딩에 참여하기로 한 영복선배님과 은주회원이 먼저 도착해 계셨고 형명회장님은 갑자기 집안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하신다고 해 아쉬웠다.

일단 오늘 참석자 최종 3명은 출발 준비를 했다.

가곡정자에 도착해서부터는 비가 그쳤다.

5시 10분!
장비 등을 점검한 후 이제 출발이다.
일행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영복선배님께서 선두에서 리딩을 해주시고 은주회원이 중간에, 나는 맨 마지막에 위치했다.

비가 와서 노면이 미끄러울것 같아 최대한 안전하게 라이딩을 진행하기로 했다.


덕양방향 자전거 길을 가다 좌측 군장마을로 들어갔다.

이 마을을 맨날 지날때 짖어대던 멍멍이는 이른 시간이라 단잠을 자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마을을 통과 한 후 풍류 삼거리에서 사곡마을 국도 업힐길로 가지않고 이번에는 달천 해안도로길을 따라 이동했다.

다행이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도로바닥에는 비로 떨어지 나뭇잎들이 널브러진채로 비와 섞여 흉물스런 모습으로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려 달천, 장척마을을 통과했다.
너무 빠르지 않게 평속 20km을 유지하며 달렸다.

반월마을 지나 이제 상봉마을로 다운을 치며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멀리 와온해변이 보였다.

오전 6시 20분~
상내마을 작은 업힐을 지나 다시 와온 업힐을 오르는 중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순천에 거주하는 희명회원이 여수까지 당직근무를 서기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제 진정한 라이더가 되어가는 모습에 흐뭇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일행은 다시 농주마을로 내려갔다.
아침 공기가 너무나도 시원했다.

오전 6시 30분~
순천만 습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일행은 첫번째 휴식시간을 가졌다.


일찍 출발한것에 대한 보상이랄까~
주변에 사람도 없고 넓게 펼쳐진 푸르른 갈대밭이 마음을 평안하게 했다.


평소에는 순천만 습지는 자전거 출입이 안되는 곳이지만 오늘은 일행들만의 자유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아침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꿈도 못꾸는 일이다.


이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일행은 습지를 천천히 지나갔다.


나무데크 주변으로 펼쳐진 갈대밭의 장관 속에 물기가 있는 데크를 조심히 달려갔다.









순천만 습지를 나와 선착장을 통과한 후 비가 온뒤라 땅이 질뻑할것 같은 순천 갈대밭 뚝방길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순천도 순천만을 이용하여 해안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고 뻘과 습지와의 만남이 잘 어울러진 해안길이 너무 인상적이지만 이번에는 대대포구 자전거도로를 따라 별량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을이 곧 다가올것만 같은 시원한 날씨가 라이딩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화포해안도로와 동화사길, 벌교 뚝방길로 가지않고 별량 내륙 국도를 따라 동일마을, 우산마을을 거쳐 벌교방향으로 달려갔다.




오전 7시 35분~
벌교 갯벌 생태체험관에 도착했다.
두번째 휴식시간을 가졌다.


평소 캠핑족으로 북적였던 체험관 주변은 코로나때문인지 사람 인기척은 전혀 없고 너무나도 조용했다.

물 빠진 해안가, 넓게 펼쳐진 갯벌들을 바라보니 아름다움과 더불어 외로운 느낌도 들게 했다.


휴식시간 중에도 자전거를 사랑하는 영복선배님과 은주회원은 자전거에 묻은 오물들을 시원한 물줄기로 씻어내고 있었다.



갯벌 체험관에서 짧은 휴식을 하고 벌교천 방향으로 다시 이동했다.

벌교천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아 눈앞에 벌교읍내가 한눈에 보였다.

벌교천으로 내려가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에 와본적이 있어 길이 미끄러운 줄 알아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갔는데도 갓쪽 이끼를 밟았는지 자빠링을 했다.

다행히 다리에 찰과상을 입은 부상만 입었지만 문제는 기어가 충격을 받았는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여러번 기어박스를 열고 조정을 통해 응급조치를 할수 있었다.

은주회원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리가 마무리 되는 순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인근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오전 8시 30분
벌교 생태공원 인근 정자에 도착했다.

비를 피하기 딱 좋은 장소다.
앞에는 스포츠센터도 있고 벌교 체육의 메카인듯 보였다.



잠시 짐을 풀고 영복선배님이 가져오신 김밥과 고구마로 아침식사를 하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30여분 정도 비를 피해 휴식을 하고나니 비가 언제 내렸냐는 듯 해가 쨍쨍 내리 쬔다.


비가 그치고 다시 목적지로 가기전에 찰과상 치료를 위해 벌교읍내 약국에 잠시 들렀다.

평소에는 항상 가방에 밴드를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 하필 집에 놔두고 온것이다.

벌교읍내에서 용무를 마치고 다시 벌교천으로 페달질을 했다.

벌교천 갈대밭의 아름다움도 순천만 갈대 못지 않다.
주변 갈대밭 사이를 나무데크로 잘 꾸며 놓아 일행은 못본체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잠시 낭만에 빠졌다.





습지를 통과해 벌교 국도를 업힐 후 고흥으로 진입했다.

계속되는 낙타등 같은 작은 업힐이 체력을 갉아먹는다.
계속되는 페달질에 업힐이 마무리되자 다운으로 죽림마을로 내려갔다.

죽림마을을 빠르게 통과했다.
낮은 업힐은 햄머링으로 체력을 기르며 달려가니 체력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갑자기 날이 더워지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동강수문을 통과했다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울줄 알았는데 내리쬐는 햇살에 금새 물기가 말라버렸다.

오전 10시 5분
신정해안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휴식 후 다시 출발했다.

해안길을 따라가다 소망주산 기슭 임도길에 올랐다.
짧은 임도길이지만 젖은 물기와 낙엽이 즐비한 노면상태라 신경을 바짝 차리고 안전하고 조심히 내려갔다.

임도길을 나오자 이제부터는 남양면이다.
여러 시골마을 달린다.

잠시후 잠두마을을 통과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기분이다.

이제누 남양면 상와 삼거리에서 과역면방향으로 진입한다.

과역면 장동마을, 월악마을, 슬항마을 등 짧은 업힐을 넘으며 다음 휴게장소인 독대마을만 바라보며 달려갔다.

오전 10시 50분
기다리던 독대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말이 슈퍼지 예전 시골 구판장과 같은 분위기다.
그래도 라이딩할때 편안함을 줬던 장소다.

4월 고흥환주 이후 4개월만에 방문한것 같다.

그런데 4개월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
노부부였는데 이제는 젊은부부로~
그때 노부부 사장님께서 잘해주셨는데 안계시니 좀 서운했다.




슈퍼안에 하나 있는 원탁 탁자에 짐을 풀고 시원한 맥주와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며 잠시 담소를 나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영복선배님 기어가 작동이 안된다.
기어가 전기식인데 방전이 된것이다.
용량은 2달 정도 간다고하는데 하필 오늘 이런 일이 생긴거다.

여기서 라이딩을 멈추느냐, 그대로 가느냐,
현재 기어가 4단에서 정지되었으니 평지에서는 속력이 안나가고 업힐에서도 다리에 부하가 많이 생길게 뻔해 효율적인 라이딩이 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영복선배님이 아드님께 전화를 해 팔영대교까지 충전기를 가져오라 부탁을 했다.

일행은 일단 천천히 팔영대교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팔영대교 입구까지 거리는 약 17km 정도되니 천천히 가면 1시간은 족히 넘을 듯 싶었다.

최대한 영복선배님 라이딩 속도에 맞춰 라이딩이 진행됐다.

팔영대교까지 작은 업힐등이 몇군데 있었지만 쉬지않고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역시 체력이 대단하시다.

이 정도 체력이시면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집까지 문제없이 갈수 있는데 구지 쉬고있는 아드님께 충전기를 가져오라고 했는가 싶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오후가 가까워오자 기온이 더 올라간다.

우두마을 간판이 보이는걸 보니 팔영대교에 거의 다 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오전 12시 25분
일행은 팔영대교 입구에 도착했다.

늦을줄 알았는데 일행들이 아드님보다 먼저 도착해 땀좀 식히며 기다릴수는 여유가 생겼다.


10여분 후 아드님께 충전기를 받았고 충전도 하고 점심도 먹기위해 적금휴게소로 이동했다.

오전 12시 50분
적금휴게소에 도착했다.


2층 명금식당으로 올라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다행히 사람들은 없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낙지볶음과 순두부다.
이곳 토종 주인아주머니께서 음식을 직접하시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다.


이곳에서 쉬고 있으니 몸이 나른하고 잠이 오려고 한다.
정말 오랫동안 푹 쉰것 같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출발할 챙비를 했다.

영복선배님께서 밥도 먹었으니 천천히 가시자고 하시면서 오히려 속도를 냈다.
적금~낭도~둔병~조발대교를 빠르게 넘어간다

이어 화양면 우측방향으로 가기위해 장수리 방향으로 이동했다.

자전거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해 나진까지 곧장 달린다. 세포터널, 원포터널, 안포터널 업힐을 빠르게 돌파했다.
달리기에는 참 좋은 코스다.

어느새 마지막 휴식장소인 나진 대명마트에 도착했다.


아이스크림과 음료로 목을 축이며 땀을 식혔다.
길고 긴 시간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집으로 복귀하기 위해 출발했다.
화양면 창무마을을 지나 마지막 업힐 소호재를 넘어간다.
페달질에 어느새 터널에 도착했다.

이제는 다운이다.
오늘 라이딩 수고에 대한 보상이다.

이제는 헤어져야 햔 시간
은주회원과 소호요트장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영복선배님과도 학동거리에서 인사를 나눴다.

나는 다시 자전거도로에 올라 둔덕재를 비비고 올라와 오늘 라이딩을 마무리했다.


16시가 넘어서야 집에 복귀했다.

오늘 라이딩이 멋지게 끝나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그나마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었던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하고 싶었던 작은 목표달성에 만족하며 함께하는 라이딩에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오늘 다녀온 코스를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해바라기 회원님들과 함께해서 기분이 좋고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

오늘 라이딩에 함께 해주신 영복선배님과 은주회원
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님들 중에도 더 많은 해바라기 회원님들이 이 멋지고 아름다운 코스를 완주하시거나 부분적으로 경험에 보시기를 바란다.

한주도 행복한 시간만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