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0.9.5) 별량 제석산~낙안읍성~송광사 일주

EverGreenMan 2020. 9. 11. 18:42

이번주 토요일도 아침 공기를 가른다.

오늘 라이딩 코스는 아직 가보지 못한 순천 탐방이다.
별량면에서 제석산 고개를 넘어 낙안읍성을 경유한 후 송광사에서 휴식을 하고 다시 낙안으로 내려와서 불재를 넘어 상사면을 거쳐 집으로 복귀하는 코스다.

이른 아침!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태풍이 가까이 다가왔는듯 너무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가 라이딩 하기에는 최고다.

가곡정자로 가는 자전거도로에는 아직 어두움이 다 걷히지 않았음에도 부지런하신 어르신들께 이미 나와 운동들을 하고 계셨다.
참 배울점이 많다.


가곡정자에 도착해서 함께 장거리 라이딩을
해 주실 영복선배님과 만나 오늘의 추억을 남기고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아직 몸 예열이 덜된 상태여서 전체적인 몸상태가 무거웠다.
속도는 빠르지 않게 몸상태에 맞게 최대한 기어비를 올려 가볍게 페달질을 하며 나아갔다.

어두컴컴한 군장마을에 진입하자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가을이 가까워 왔음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저번주 라이딩때 쿨쿨 잠자고 있어 코빼기도 안비치던 멍멍이들이 오늘은 뭔일인지 이번에는 연신 짖어대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고라니도 일행 옆으로 부산하게 뛰어다니고 출발하는 아침 분위기가 정말 스팩타클 했다.

마을 농로길과 서부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니 조산마을을 거쳐 풍류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는 자주 다니다보니 이 길도 이제 익숙해진것 같다.

풍류삼거리를 지나고나서는 오늘은 저번 주 라이딩때처럼 달천~장척 해안도로 방향으로 가지않고 곧장 서부국도로해서 사곡마을 방향으로 넘어가 순천만 습지로 가기로 했다.

복촌마을을 지나 짧은 촉속산 고개를 넘어 반월마을을 통과하고 상봉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해룡국도를 따라 빠르게 내려갔다.

멀리 와온이 보였지만 곧장 그대로 해룡국도를 이용해 상내마을 방향으로 올라갔다.

주변마을이 무척이나 조용했다.

다시 노월입구에서 용두재를 넘어 선학마을로 내려가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해가 짧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침이 빨리 찾아오는것 같았다.

농주마을~선학마을을 달리는 도중 순천 라이더들로 보이는듯한 부지런한 라이더들과 스치듯 인사를 나누며 서로간의 공감대를 이뤘다.

다들 부지런하신것 같다.

선학마을 농로길로 진입해 순천만 습지를 향해 달려갔다.

드디어 첫 휴식지인 순천만에 도착했다.
무료입장한 순천만 습지 관문은 용산전망대 출렁다리가 일행을 처음으로 맞이해 줬다.


용산전망대에 산책 온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깨끗한 자연환경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시원한 날씨덕분에 땀도 나지 않고 기분도 상쾌했다.



갈대밭 습지속에서 맑은 공기를 들여마시니 오장육부를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멋진 기회가 나에게 자주 오게되니 감사할 따름이다.

자리를 옮겨 갈대밭 포토죤에서 김밥과 떡으로 요기를 했다.
요기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을 다 얻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근 주민들인지 음악소리에 맞춰 조깅하거나 도보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런 멋진 자연을 향유할수 있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 시간에 조용하고 아늑한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는것은 분명 부지런한 사람들만의 특권일것이다.


시원한 갈대밭을 보고있으니 마음이 상쾌하고 뻥 뚤린 기분이 들었다.

뒷정리를 하고 이제 다시 몸을 움직였다.

순천만 선착장의 아침 절경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운치가 있고 멋진 풍경이다.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워 추억을 담고 이제 별량면 방향으로 이동했다.


순천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내심 걱정했는데 이른 아침시간에는 사람과 차량행렬이 없어서 좋았다.
거리의 모든것을 독차지 한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모든게 아름다워만 보였다.

순천만길을 따라 달리다 다시 농로길을 따라 달린다. 이번에는 별량면사무소 방향으로 곧장 가서 제석산 고개를 넘기로 했다.

가는 중 보니 농로길 사이로 들녘에 벼가 잘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일부는 지난 태풍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수확이 이루어질것 같았다.

이번에 다가오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계속해서 별량면 소재지 마을들을 지나간다.

별량 우산리, 쌍림리를 거쳐 봉림리에 있는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한적한 분위기였지만 없을것만 없고 웬만한것 다 있었다.

여느 시골 풍경처럼 이른 주말아침이라 사람들은 만날 뵐수가 없었다.

농로길 위 철로 경전선을 따라 10칸도 안되는 조그한 무궁화호가 광주방향으로 나름 빠른 속도를 내며 자신의 위치를 일행에게 알려주었다.

최근에누 빠른 속도의 KTX를 보다가 완행열차를 보고있으니 옛 추억에 젖게 하고 웬지 정감이 간다.

다시 별량면 두고리를 거쳐 송기리에 도착후 도로를 건너서부터 드디어 본격적인 순천 탐방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송기리 마을에서부터 사브작 사브작 페달질을 하며 고개를 올라간다.

배재길 업힐이 시작된것이다.
구불구불한 고개길을 넘어간다.
저 멀리 산을 듬성듬성 깍아놓은 자리에 만들어 놓은 순천CC도 보이고 도저히 올라가기 힘들것 같은 고지대에도 아주 좁은 샛길들을 만들어 놓아 이동하는걸 보니 사람의 힘이란 대단해 보였다.

다행히 제석산 고개를 이용하는 차량들은 거의 없어 이동하는데 제약이 없었다.
그런데 대룡저수지를 넘어가는 업힐에서도 영복선배님과 대화를 하면서 갈 정도로 생각보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 좀 의아했다.

페달을 비비다보니 제석산 배재길 업힐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와서인지 휴식없이 곧장 낙안으로 내려갔다.


제석산 고개 배재길에서 내려와 용능리,내운리 내동마을 거쳐 다시 낙안읍성으로 달려갔다.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이곳을 몇년 전 차량으로만 와봤었지 이렇게 자전거로 오게 될줄은 몰랐다.


자전거로 처음 방문한 낙안읍성 주변을 추억으로 담았다.

읍성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하고 주변만 빠르게 스캔하며 둘러봤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주변이 깨끗하고 역사와 전통이 깃든 멋진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낙안읍성도 코로나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곳이 순천지역의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요즘 순천지역 코로나확진자 때문인지 관광객은 서너명밖에 볼수 없었고 주변 상가도 활력이 없어 지역경제의 심각성을 엿볼수 있었다.


일행도 주변의 조용한 벤치에 앉아 두번째 휴식을 하며
김밥과 음료로 배를 채웠다.
열심히 달려와서 그런지 맛이 꿀맛이었다.
배가 든든하니 다시 엔돌핀이 돌았다.


낙안읍성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이제 송광사로 가기위해 다시 발걸음을 외서면으로 옮겼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낙안면에서 외서면 까지 넘어가는 고개 빈계재가 생각보다 난코스였던것이다.

경사도가 있는 구불구불한 고개길이 체력을 조금씩 갉아 먹었다.
고개 거리도 길어 끝날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은 은근히 힘든 고개였다.

계속 이어지는 업힐에 처음으로 이마에 땀이 맺혔다.
반복되는 페달질에 허벅지도 쫄깃쫄깃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끝은 있는 법~
드디어 빈계재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보니 주변에 고동산 산책로도 있고 산새가 험한 지형이었다.

지형이 위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산새가 더욱 심해지는것 같았다.



빈계재 고개를 내려와 다시 송광면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날씨가 덥지 않아서 달리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는 고사하고 날씨만 화창했다.

금성리, 구룡리를 지나 드디어 송광면 이읍면사무소에 도착했다


물소리가 크다.
주변을 둘러보니 물줄기가 시원하게 넘쳐난다.
아마 주암호 지류인듯 했다.

오늘은 종착지가 송광사여서 주암호는 멀리서 바라보는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 라이딩에 기회가 된다면 멋진 주암호를 동서남북으로 완벽하게 한바퀴 돌고 싶다.

이정표를 보니 송광사까지 아직 10km가 남았다.

오르는 중 영복선배님의 고려사 강의가 시작되었다.
조계종, 천태종, 지눌과 의천, 삼별초, 승과 등등...
역시 해박한 한국사 1급 보유자시다.

이곳도 업다운이 여러군데 있어 산새가 높았다.

드디어 종착지 송광사에 도착했다.
오긴 왔구나
평지가 아닌 업다운이 많다보니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송광사 출입문 위세가 대단했다.
역시 우리나라 조계종의 본산다운 웅장함이다.





중간 중간 김밥과 음료를 통한 든든한 보급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송광사에 방문 기념으로 순천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께서 시원한 야외좌석으로 일행을 안내하셨다.


실내와 야외로 좌석은 많은데 점심시간이 되기까지 아직 이른시간인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도 코로나 영향때문에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드디어 동동주와 파전이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오징어를 듬뿍 넣어주셔서 맛있게 만들어주셨다.
거기에 도토리 묵은 서비스로 주셨다.

영복선배님께서 주신 동동주 한사발에 이곳까지 달려온 피로가 사라진다.


주변에서 계속 들리는 송광사 계곡 물소리가 이 분위기를 더욱 운치있게 만들어 준다.
생각 같아서는 깨끗한 계곡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여수는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이곳은 화창하고 온전한 가을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었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가기 싫지만 갈길이 멀다.
그래서 가야하고 이제는 복귀해야 될 시간이다.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송광사에서의 추억을
뒤로한 채 힘들게 넘어왔던 외서면으로 다시 달려갔다.

달리는 중에도 주암호에서 시원하게 흐르는 물길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조만간 주암호 일주도 도전해봐야겠다.


송광면에서 외서면으로 가는 낙타등 업다운이 몇군데 있었지만 송광사에서 먹은 동동주와 파전의 힘으로 거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외서면에서 낙안면으로 달려간다.
이번에는 몇시간 전 힘들게 올라왔던 빈계재 고개가 시원하게 내려갈수 있는 다운길이 되어 한시름 놓을수 있었다.

이렇게 쉽게 내려가는 길을 몇시간 전에는 왜그리 힘들게 올라왔는지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그려진 그래프와 비슷한것 같았다.



빈계재 다운을 내려와 농소마을에 도착했다.
여전히 차량행렬도 없고 바람은 시원했다.

예전에 이런 도로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시절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시내 한번 나오기도 정말 힘들었을것 같다.

완전 말그대로 산촌이다.


외서면 농소마을에서 시작된 업힐이 끝날때 쯤에
외서면을 벗어나 낙안면에 진입했다.


이제는 낙안면으로 신나게 내려간다.


내려와보니 낙안읍성이 눈 앞에 보였고 일행은
낙안면 사거리에서 상사방면으로 좌회전을 해서 올라간다.

얼마가지 않아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신기한 돌탑공원이 보였다.
그런데 무료가 아니고 유료다.
입장료가 3000원이었다.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해서 밖에서 눈으로 구경만하고 사진만 몇장 추억으로 담고 가던 길을 다시 재촉했다.




서서히 업힐이 시작된다.
직감으로 이곳이 불재임을 알수 있었다.

외서면 빈계재 고개를 힘들게 넘은 덕분인지 불재라는 명성답지 않게 업힐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사방팔방을 요리조리 구경하면서 페달질을 할 수 있었다.

가다보니 10여년전 가족들과 여름 한때 보내며 산골짝이였던 기억이 있는 낙안민속 휴양림도 보였다.
이곳을 자전거로 올라가고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불재 업힐을 사브작 사브작 햄머링으로 페달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불재에 도착했다.



이제는 다시 다운이다.
불재에서 내려가보니 저번 해바라기 선암사라이딩때 복귀하면서 내려왔던 노동고개 끝지점과 합류함을 알수 있었다.

길은 다 통한다는 사실처럼 정확한건 아니지만 순천지역 길도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계속 내려가다보니 상사면 이정표가 보였다.

상사면 지역은 여러번 와 봤던 길이라 잘 적응하면서
쉽게 내려올수 있었지만 오후가 되자 차량행렬이 많아져서 라이딩 하는데 바짝 신경을 써야만 했다.

신나게 비비며 내려온 상사면 끝지점 국도에서 일행은 곧바로 청암대 방향으로 가지않고 중간에 국도를 벗어나 부흥마을 농로길과 숲길을 통과했다.

처음 이용해 보는길이었는데 이사천을 따라 달리다보니 운치가 있고 너무 좋았다.




운치있는 이사천길을 따라 내려와 농로길을 헤집고 도착하니 해룡국도 해창마을로 이어진다.

여전히 페달질을 계속되는 도중에 갑자기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비가 더 내릴것 같아 곧장 와온까지 달려 그곳에서 휴식을 하기로 하고 열심히 페달을 비볐다.

중흥~선학마을 통과하고나서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와온은 패스하고 봉전 삼거리까지 조금 더 가기로 했다.

해룡로 업힐을 끝으로 드디어 봉전 삼거리 에덴슈퍼에 도착했다.

송광사에서 출발한 후 처음 갖는 휴식이었다.
열심히 달려왔다.



옆 벤치에서 쉬고 있는 동안 가방에 남아있는 모든 보급품을 꺼내 소비하니 가방이 한결 가벼워졌다.

태풍이 더 가까이 왔는지 빗방울은 더 굵어졌고 기다려도 그칠 비가 아닌듯 했다.

다시 장비를 점검하고 이제는 집까지 달린다.

반월마을을 지나 해안길로 진입했다.
라이더들은 보이지 않고 군데군데 정자에서 가족단위 휴식을 하고 사람들만 보였고 비를 피해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장척~달천~궁항마을을 지날때면 갈수록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빗물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최대한 안전에 유의 하며 달렸다.

가사리 지점에서 나는 죽림방향으로 이동하고 영복선배님은 소호방향으로 이동하신다고해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중에도 비가 더욱 거세게 내렸지만 어짜피 멈출수가 없어 페달질에 의지한채 무사히 집에 복귀할 수 있었다.


PLAY
아침라이딩은 처음에는 피곤하지만 출발하고부터는 나의 인생의 새로움을 많이 가져다 준다.

부지런할수록 얻는게 정말 많다.

이번 순천 장거리 라이딩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차량으로만 가봤던 낙안읍성, 휴양림, 송광사 등을 자전거를 타고 오게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이젠 순천 웬만한 면소재지는 외울정도니 지리공부에도 도움이 된것 같기도 하다.

이제 순천도 가깝게 느껴진다.

태풍이 곧 온다고 합니다.
피해 없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날씨가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으로 대박 좋습니다.

조만간 더 많은 회원님들과 함께하기를 기대하며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