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0.6.20) 거제도 수국 라이딩

EverGreenMan 2020. 6. 29. 23:12

거제도 수국 라이딩~
작년 이맘 때 쯤 참가하지 못해 꼭 가고 싶었던 라이딩 코스다.

올해 이런 기회가 다시 오게 된다면 꼭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상감님께서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거제 수국 라이딩 공지를 카페에 올리셨다.
그것도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이니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사실 난 수국이라는 꽃을 이 카페에서 처음 접했다. 국화와 같은 꽃인 줄만 알았으니 참 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맞다.

동그랗게 말아 올린 알록달록 꽃송이가 수국의 특징 같은데 아무쪼록 이런 수국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없어 참석여부를 일찍 댓글로 확정하고 그날만 기다렸다.
아직 라이딩 일정이 한 달 정도가 남아있어 개인일정을 특별한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전에 조율하기에 충분했다.

일정이 다가올수록 날씨는 변화무쌍하게 변덕을 부렸다.
특히 여름 장마기간이라 당일 날씨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몰라 상황만 주시하며 애만 태우고 있었다.

라이딩 일정이 일주일 가까이 다가올수록 날씨의 변화에 따라 내 마음도 화창, 흐림, 비와 같이 막대그래프를 그려가며 혹시 취소되지는 않을까 하고 기상청의 예보가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당일 라이딩 주간에는 비 소식이 많아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토요일 거제날씨는 맑았다.

전날은 직장 해바라기 회원들과 “한반도 코스” 로 야라를 통해 몸을 풀고 당일만 기다렸다.

설램과 기대감으로 기다렸던 수국 라이딩 당일이 되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아주 좋다.

평소보다 옷을 일찍 갖춰 입고 상감님 차량이 있는 미평역 하이마트로 가기위해 둔덕재를 내려가고 있을 즈음 상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 쯤 인가요?
내려가고 있다고 애기하자 둔덕 중앙하이츠아파트 건너편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얼마되지 않아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만나서 상감님, 희빈님과 인사를 나누고 자전거를 상차했다.

상감님의 라이딩 복장에는 장난꾸러기 모습을 연상시키는 익살스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고 차량 후미에는 오토바이 만한 이바이크 2대가 캐리어에 단단히 고정되어 그 위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늘 있을 라이딩에서 이바이크에 대한 활약상이 기대가 됐다.

MTB 스쿨 카페에 활동한지 1년이 넘었지만 상감님과는 작년 가을 쯤 진남경기장에서 초보교육 때 스치듯 만나 오동도 야라에 잠깐 뵌 것 외에는 오프라인 상으로는 처음으로 라이딩 다운 라이딩을 해 보는 것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다른 회원들이 기다리는 가곡정자로 이동했다.
가곡정자 도착시간 6시 40분, 팻 라이더님의 파란 차량한대만이 덩그러니 보였다.

아직 출발시간이 20여분 남아서인지 나머지 인원들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았다.

팻 라이더님과 인사를 나누고 보니 평소보다 수염이 많이 자라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수염은 일반적인 콧수염과 턱수염의 범위를 넘어 볼 전체를 덮고 있어 흡사 방금 산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보였고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는 마초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이후 슈퍼우먼님, 발타님, 버들님, 공구맨님, 하늘시소님, 상산봉님, 머루님, 벛꽃엔딩님이 도착하셔서 인사를 나누고 준비된 차량에 자전거를 상차했다.

참석의사를 밝히신 가지산님께서 아직 도착을 안 하셔서 공구맨님이 여러차례 연락을 취해 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얼마지 지나지 않아 승합차 한 대가 난데없이 일행차량 사이로 들어와 주차를 했다.
누군가 봤더니 달고나님이셨다.

가는 일행들에게 대접한다고 바나나와 음료수를 사 가지고 오셨다.
왼쪽 손가락에 붕대를 동여매고 수술의 흔적을 가지고 불편한 몸으로 오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함께 즐거움을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본인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가지산님과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아 여수에서 출발하는 최종 인원은 상감님, 희빈님, 팻 라이더님, 슈퍼우먼님, 발타님, 버들님, 공구맨님, 하늘시소님, 상산봉님, 머루님, 벛꽃엔딩님, 에버그린맨까지 12명이다.

섬진강휴게소에서 어르신님과 발리님을 포함해 스쿨에서 14명과 공구맨님이 활동하시는 순천 길동무에서 6명이 합류하기로 해 오늘 라이딩 참석자는 총 20명이나 되는 대군이었다.

차량 캐리어에 맞춰 자전거를 상차하다 보니 나는 상감님 차량 뒷자석에 혼자서 VVIP대접을 받으며 섬진강 휴게소 까지 편하게 올수 있었다.



섬진강에서 어르신님과 발리님이 상감님 차량에 승차에서 잠시 누렸던 VVIP의 호사는 30분의 유효기간으로 끝났지만 발리님께서 가져오신 떡과 따뜻한 블랙커피로 배를 부르게 해주셔서 또다른 우수고객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 라이딩에는 부부가 함께 하시는 분들도 상감-희빈, 상산봉-머루, 어르신-발리 세커플이나 되셨다.

발리님은 처음에는 자전거를 입문하시기 전에는 골프를 하셨다고 했다.

지금은 자전거 운동으로 체력관리도 하면서 부부지간에 주변코스를 섭렵하고 계신다는데 부부가 함께하는걸 보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세커플의 특징은 두분 중 한분은 이바이크로 라이딩을 하신다는 거였다.

어르신님도 자전거가 이바이크인데 업힐에도 부담되지 않고 두렵지 않아 요즘 새로운 라이딩 재미에 흠뻑 빠지셨다고 했다.

가끔씩 발리님도 업힐에서 어르신님의 이바이크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때 상황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오늘도 그 장면을 볼 수 있을런지 어떤 모습인지 무척 궁금했다.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차량은 거제에 진입하였고 가는 중간 중간에 도로공사가 한창이어서 출발장소로 가기 전까지 상감님과 상산봉님의 전화가 수시로 이어졌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제의 푸르른 주변 산들을 바라보며 거의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흩어져 있던 3대의 차량이 동부면 연담삼거리 편의점에서 정차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발장소로 이동했다.



얼마 되지 않아 출발장소인 거제 동부면 혜양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넗은 주차장 위에는 산새가 좋고 숲속에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순천 길동무팀 6명도 미리 도착해 계셔 인사를 나눈 후 출발하기 전 일행은 자전거 정비확인 및 개인용무 등을 서둘러 보고 다시 출발장소로 모였다.

상감님의 라이딩에 대한 주의사항과 상산봉님의 안내로 기다렸던 수국 라이딩이 본격적인 시작되었다.

노자산이다.
처음부터 업힐로 시작하는 코스였다.
개인적으로 20키로는 달려야 몸이 풀리는데 처음부터 업힐이 나오자 몸이 뻐근했다.

다른 많은 일행들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산속으로 들어오자 덥지는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 몸은 끈적끈적했다.

상산봉님의 리딩으로 노자산 업힐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도 흙길을 달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상감님의 활약상이 시작되었다.
앞 뒤로 오가며 촬영을 하시는데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날다람쥐와 같았다.
이바이크는 상감님을 위해서 나온 것 같았다.

예전 일반자전거였을 때에는 어떻게 앞뒤로 오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것인데 촬영을 했는지 가늠이 안 섰다.

나도 직장 동호회에서는 사진을 주로 촬영하다보니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들다는 것에 잘 알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상감님 덕에 나도 오늘은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계속된 업힐에 일행들의 숨소리가 처음보다 거칠어졌다.
반면에 이바이크 라이더들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특히 업힐에서는 부드럽게 올라가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순천 길동무팀 부부내외분만 보이시고 나머지 분들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뒤따라 오시다 업힐이 심해 다시 출발장소로 내려가 차량으로 이동하신다고 했다.

경사도가 20~22도다 보니 산 임도에 적응이 안 되신 분들이라면 계속되는 업힐에 쉽지 않은 코스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땀 흘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된 페달링에 드디어 노자산 끝자락에 도착해서 땀을 식혔다.

상감님께서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신다.


이제 가락산 언저리 다운이다.
상산봉님 리딩으로 일행들 간 거리를 유지하며 업힐의 보상을 받는 것처럼 다운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창 흙밭 길을 내려가다 보니 임도가 나왔고 임도를 계속 내려가다 보니 국도로 나왔다.


국도를 진입해 얼마가지 않아 일행의 라이딩의 목적이었던 수국이 도로 양 주변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옅은 보라색계통과 흰색계통의 수국이 일행을 맞이해 주었지만 도로가에 피워 있어 멈출수는 없었다.

얼마가지 않아 수국 군락지처럼 보이는 장소에서 일행은 더 이상 라이딩을 진행 할 수 없었다.

수국의 매력에 라이딩을 멈출 수 밖에 없었고 수국 속으로 들어갔다.
일명 수국 삼매경이라고 할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두들 경쟁이라도 하듯이 수국모델이 되어 한껏 자신들과 수국과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자세히 수국을 들여다보니 특이하게 다른 꽃들과는 달리 향기가 나지 않았고 네잎 클로버처럼 생긴 모양의 잎들이 모여 수국 꽃송이를 형성하고 있었다.

행운을 준다는 네잎 클로버인데 이런 수백개의 네잎 클로버가 모여서 만든 수국 꽃송이는 아마 복덩이를 불러오는 꽃일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담고 일행은 다시 도로를 따라 긴 업힐을 시작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도로 오른쪽 양조산 정상까지 표지판이 보였다.

임도와 흙길 그리고 국도가 이어지는 코스는 매번 반복되는 듯 싶었다.





일단 일행은 임도 다운에서 거리를 유지하며 내려가려는데 함께 있던 상감님이 다운 사진을 촬영하신다고 맨 먼저 쌩하니 내려가셨다.

여전히 상감님의 넓은 활동 폭은 범접할 수 가 없었다.
여기에 덩달아 희빈님의 순간이동 영상촬영은 흡사 부부 관광 가이드인듯 착각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꾸준한 라이딩으로 체력관리를 해 오셔서 그러신지 스쿨 회원님들 모두 너무 라이딩을 잘 하시는 것 같다.

국도를 내려가기 전 임도 업힐 후 중간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거제 라이딩에 어느 정도 적응들이 다 되었는지 일행들의 얼굴들이 밝았다.

쉬는 동안 웃음소리가 들리고 가져온 떡과 과일을 서로 나눠 먹으며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다.


양조산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이제는 일명 “무지개 길”로 불리는 국도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다음 장소인 저구항까지 길게 늘여진 해안도로는 업힐과 다운이 수시로 반복되면서 일행들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지만 무지개 길 사이사이에 설치해 놓은 전망대에서 자연스레 사진을 촬영하며 쉬어갈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 주었다.

오늘 거제의 날씨도 스쿨 일행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청명한 하늘과 파란 빛깔 바다 그리고 일행을 부러워하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길게 늘여진 해안도로 전망대 몇 군데와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남부면 저구항 입구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빨리 라이딩이 진행되어서인지 점심식사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멀었다.

입구에는 일행의 방문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마을 예술인들이 담벼락에 딱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오색물감으로 수국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러한 수고와 노력이 한층 마을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일행도 그냥 지나 칠 수 있겠는가?
각자의 멋진 자세로 오늘의 이 장소를 추억으로 담아갔다.

노자산 업힐에서 회군했던 순천 길동무팀 4분도 다시 저구항에서 합류하셨다.

예약한 점심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저구항 일대를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저구항 내로 들어오니 방금 전 담벼락에 수국을 멋지게 그리고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가락산 다운해서 도로 주변에서 봤던 수국 색깔이 웬지 정갈한 느낌이었다면 저구항에 있는 수국색은 색동옷을 입은 듯이 다양한 새깔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래도 완전 수국천지였다.

이곳도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수국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느라 다를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다.
주차해 놓은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주차장은 완전 북새통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명사해수욕장이 보였고 주변에는 캠핑 족들이 즐거운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 정국임에도 이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좁은 도로에서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 조심히 그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미세하고 부드러운 모래알, 얕은 수심과 깨끗한 수질을 보니 순간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명사항 다목적 해상테크에는 거제의 국화라고 형상물을 만들어놨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수국이 아니고 동백꽃이다.

수국은 단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단일 뿐...
다목적 해상테크에서 바라본 저구항 주변은 아담하면서도 뭔가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고 사실 깨끗했다.

생각의 전환으로 아주 특별하지 않은 수국공원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던 거제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았다.

지역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상품들은 다시 조명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배가 슬슬 고팠다.
예약식당은 바다식당으로 이동했다.

노부부 사장님과 따님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내부는 변화된 요즘 인테리어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인상이 좋으시고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식당이 음식이 맛있으면 최고 아니겠는가?
제육볶음의 맵거나 싱겁지 않은 양념과 씹히는 육질과 생선 이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매운탕의 비린내가 나지 않은 알수 없는 시원함, 많은것 같았던 밥그릇에 담긴 밥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지막 숭늉은 포만감의 여유를 주지않고 다시 한번 위치를 알수 없는 어딘가의 배 저장고로 집어넣기에 바뻤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시간.. 몸이 나른하고 짜부가 된 몸둥이~ 이대로 자고 싶었다.
거제는 날씨가 왜 이리도 좋은지 발걸음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게 했다.

그래도 다음 목적지가 있으니 이동을 해야 했다.
바다식당 사장내외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남부변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갔다.

거제도로도 마찬가지로 다운이 긴만큼 업힐도 길었다.
순천 길동무팀 네분도 식사 후 체력이 올라오셨는지 함께 참여하셨다.


한참을 업힐해서 올라가다보니 찻집 공터에서 휴식을 취했다.

여기는 빨간 수국이다.

멀리서 언뜻 보기에는 살찐 한송이 장미 같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자태는 눈이 가게 만들었다.

일행 누군가가 가져온 젤리로 입가심을 하고 에너지 보충을 했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신경이 쓰였는지 주인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일행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개량한복 같은 펑퍼짐한 복장, 길게 늘여 뜨려 머리를 질끈 동여 멘 머리카락, 덥수룩한 수염 등을 보니 남다른 포스를 풍겼다.

일행 중 누군가가 “빨간 수국이 너무 아름답다”고 애기하자 주인아저씨로 보이시는 분이 답례를 해준다. “수국보다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즐길 줄 아는 당신들이 더 아름답다고“

남다른 포스처럼 멘트도 멋쟁이셨다.

주인장께 인사를 한 후 다시 일행은 출발했다.

오후가 되자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업힐은 여전했다.
업힐이 끝날 때 쯤 전망대가 나타나 잠시 쉬어갈 타이밍을 만들어 주었다.

업힐이 길어질수록 순천길동무팀 두분은 속력이 점점 떨어지고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시소님과 순천팀 이바이크의 위력으로 어느새 두 분을 평지까지 끌어다 놓았다.

전망대에 올라보니 이곳도 여수와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런 자연경관이 업힐에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지만 순천팀 두분은 힘드셨는지 사진촬영도 마다하셨다.

일행의 행복한 모습에 함께해서 나 또한 너무 행복했다.
사람과 자연.. 함께 하니 더욱 아름다웠다.

해금강까지 가는 중 전망대는 하나 더 있었다.

병대도 전망대!
전망대라는 비슷한 장소에서 사진을 많이 촬영하다 보니 이제 슬슬 이탈하는 회원들도 나왔지만 상감님께는 열정적인 자세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셨다.

그 수고에 다른 일행은 소중한 추억을 남길것이다.

병대도 전망대를 다운하고 내려가자마자 길고 긴 업힐이 시작되었다.

일행들의 숨소리도 다시 거칠어졌다.

순천 길동무팀 두분은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갈지자 행보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때 나타난 시소님 등 이바이크의 위력이 다시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웅~ 하며 단숨에 업힐 정상까지 올려놓았다.


상감님도 왔다갔다 사진 촬영하느라 밧데리가 다 되었는지 자전거 점검을 하고 계셨고
마지막 일행까지 다 올라오자 다시 다운이 시작되었다.

해금강으로 가는 도로에서 부터는 차량행렬이 부쩍 늘어났다.

갓길이 없어 위험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차량 뒤에 붙어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말로만 듣던 해금강을 자전거를 타고 도착했다.

멀리 신선대도 보이고 바람의 언덕에 있는 풍차도 보인다.
이곳도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일행들은 자전거를 일렬로 누여 놓고 주변을 관광했다.
신선대도 내려가고 싶었지만 멀리서 보는 것에 만족하고 사진으로만 추억을 남겼다.

대신 짧은 싱글 길을 돌아다니며 나름 분위기를 잡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자꾸 그늘진 곳으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장남꾸러기 같으신 발타님은 더우셨는지 해금강물에 몸을 담구고 나오셔서 온몸이 해수로 범벅이 되었다.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음 코스인 학동몽돌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하기위해 최종 장비점검을 했다.

순천길동무팀 여섯분 중 다섯분은 여기 해금강까지만 함께하기로 하고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인원은 15명.

함께한 남성분은 체격도 좋으시고 순천에서 목포 국도를 왕복하실 정도로 장거리에 체적화된 분으로 하니대리님 스타일 라이더라고 했다.

충분한 휴식 때문인지 학동까지의 업힐과 다운을 무리없이 달려갔다.

맨 후미에 계시던 발타님이 앞쪽으로 가시는 바람에 내가 후미 포지션을 맡게 됐다.

이곳도 차량행렬이 많고 갓길이 없다보니 좀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차량뒤를 따라 신나게 내려갔다.

앞에 가시는 버들님과 슈퍼우먼님 역시 잘 달리신다.


달리다보니 학동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흡사 만성리해수욕장을 닮아 여기가 여수인가 싶기도 했다.
해수욕장 주변이 잘 정돈되고 깨끗했다.

만성리도 해수욕장 뒤에 휴양림이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니더라도 좀 더 주변 정비도 하고 표지판도 이곳 학동 처럼 멋지게 세워 홍보 좀 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조건은 만성리가 훨씬 좋으니 여러 가지 좋은 안건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학동 몽돌해수욕장은 출발장소인 혜양사까지 가는데 마지막 휴식지여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아이스크림과 이온음료 등으로 열기를 시킨 후 업힐 준비위해 자전거 정비를 했다.

사진촬영 하시러 상감님 쌩하니 올라가닌 뒤 상산봉님께서 리딩하시고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학동고개를 올라간다.

이곳 거제국도는 대체적으로 갓길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작년 수국 라이딩때에는 차량행렬이 거의 없었다고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방콕하고 있다가 답답해서 나왔는지 차량행렬이 너무 많아 라이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오고가는 차량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싶었다.

일행들도 차량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체한 바깥 길도 붙어서 진행했고 어쨌든 자신의 힘으로 돌리는 페달은 쉼 없이 움직였다.

언제 50키로를 다 돌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는 이 시점에 50키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제에는 도로주변에 수국이 참 많이 피었다.
지금이 수국의 면모를 보기에 제철이고 6월이 지나면 수국의 아름다운 자태도 사라질 듯 싶었다.

출발장소부터 저구항 점심식사 하기 전까지 그렇게 수국을 예찬했던 일행들도 학동고개를 넘어가는 지금 이순간에는 다들 한마디 애기도 하지 않고 심지어 땅바닥만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상감님은 어찌 이런 코스를 다 만드셨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후미에서 달리던 순간...
뒤에서 웅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다.
내가 제일 후미인데 누구지?

어르신님과 발리님이셨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완전 순간이동 중이셨다.

거제도에 오던 상감님 차량에서 발리님이 업힐 때 어르신님 이바이크 도움을 받는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오늘 바로 현장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완전 릴레이 한 몸 라이딩이었다.
어른신님과 발리님 몸을 동아줄로 이어 이바이크의 힘으로 오토바이 달리는 양 업힐 구간을 콧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가는데 정말 신나보였다.

부부라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부부라이딩에는 왜 이바이크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행 모두 학동고개를 다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이제 마지막 다운으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상감님이 예상되는 위치에서 멋진 추억을 남겨줄 것을 알고 있기에 다들 멋진 포즈를 취하며 다운으로 내려갔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내려가 혜양사 출발장소로 들어가려는데 상산봉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기하고 계셨다.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머루님이 혜양사 쪽으로 좌회전해서 들어와야 되는데 곧장 직진으로 내려가셨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바이크 어르신님이 찾으러 곧장 내려갔고 상산봉님도 잃어버린 한쌍의 원앙새를 찾아 떠났다.


드디어 일행모두 출발장소인 혜양사 주차장에 복귀했고 상산봉님도 잃어버렸던 머루님을 찾아 합류했다.

일행들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꽉 싸맨 복장을 한꺼풀씩 벗고 자유스러운 몸으로 변신했다.

이로써 거제 수국 라이딩이 마무리 되었다.

라이딩 기간 동안 펑크도 없고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무사히 라이딩을 마쳐 기분이 좋다.

비록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며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가는 중에 작년에 방문했다는 국수집에서 잔치국수와 콩국수로 간단한 저녁식사와 휴식을 한 후 섬진강 휴게소로 이동했다.

한참을 상산봉님과 애기를 나누다 긴장이 풀렸는지 슬슬 내려앉는 눈꺼풀에 미안하게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섬진강휴게소 도착해서는 광양에서 오신 어르신님과 발리님과 인사를 드렸다.

이곳까지 차량으로 오신 줄 알았더만 자전거를 타고 오신 거였다.
다시 집까지 자전거로 가시는 걸 보니 진정한 라이더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상감님 차량에 탑승했던 상산봉님께서도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타셔서 다른 일행들과도 인사를 드리고 이순신대교를 통과해 남해화학 사택 앞까지 VIP 대접을 받으며 복귀했다.

많은 인원들과 함께한 너무 행복한 라이딩이었다.

즐거운 라이딩을 기획해 주시고 촬영으로 종횡무진 해주신 상감님과 안전한 라이딩을 리딩해 주신 상산봉님, 차량으로 수고해 주신 발타님, 팻 라이더님 그리고 함께 동행하여 추억을 만들어 주신 머루님, 희빈님, 슈퍼우먼님, 버들님, 발리님, 어르신님, 공구맨님, 하늘시소님, 벛꽃엔딩님, 순천 길동무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진심으로 전합니다.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고 내년 수국 라이딩을 기대해 본다.

함께 즐기는 MTB 스쿨 너무나도 좋습니다.

회원모두 한주도 건강 잘 챙기시고 힘내셔서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