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두길과 주작산이 있는 해남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더 내려가지만 이대로 방구석에 머물 수 만은 없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아직 미완성 코스인 해남으로 떠나보고자 한다.
혼자였으면 감히 엄두도 못내었을 발걸음 오늘은 병준회원이 함께 동행해줘 큰 힘을 얻어
해남 땅끝자전거길 "10코스 노두길"과 "11코스 주작산길"을 다녀오려고 한다.
해남군 북평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신축된지 얼마되지 않아보이는 면사무소 건물은 주변이 깨끗하고 아담하다.
지리적으로 해남이 남쪽이어서인지 차가운 날씨로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따뜻해서 좋다.
오히려 라이딩하기에 적당한 선선한 바람이 부는 화창한 날씨다.
노두길을 찾아 떠나다.
출발은 북평면사무소에서 시작한다.
면사무소 입구를 통과해 우측 북평면 남창마을을 통과하고 잠시 후 우측 오산마을 해안길로 진입한다.
이 때부터 노두길의 아름다운 비경 속으로 빠져든다.
물빠진 갯벌을 바라보며 뚝방길을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바다 건너 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산마을 해안 골목길이 아기자기해서 재미나다.
길 옆에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녹색물결 배추밭을 보니 내 마음 또한 풍성해진다.
용이 누워 있는 듯한 와룡마을 노두길에 도착하다.
오산마을을 벗어나 와룡마을로 이동한다.
잠시 국도를 달리다 자전거 이정표를 확인하고 다시 와룡마을 해안길로 진입한다.
마을형상이 두륜산 아래 용이 누워 있는 듯 하다고 해서 와룡마을이라고 한다.
탁 트인 와룡해안길을 달리는 기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첫번째 노두길이 보인다.
이 광경을 놓칠새라 망설임없이 물빠진 노두길로 진입해 어디가 끝인지 확인해 볼 심산으로
사브작사브작 앞으로 진행해보지만 곧 페달을 멈추고 만다.
썰물때가 끝나고 밀물시간때인 모양이다.
점점 물이 들고 있다.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경관을 잠시나마 볼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여긴 어디인가? 바다 한복판이다.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해남과 완도를 이어주는 노두길로 손만 뻗으면 닿을 듯 하다.
청명한 하늘과 푸르른 바다, 그리고 노두길....
큰 형님처럼 이 모든 아름다움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해남의 대둔산, 두륜산, 주작산, 완도의 동뫼산...
주변의 자연 하나하나가 서정적이고 너무나도 멋진 풍경이다.
용의 두 눈에서 솟아오르는 신비의 바다 샘 "짜우락샘"
아름다운 자연에 심취해 있는 사이 서서히 물이 차 올라 노두길이 점점 사라진다.
바다는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이러다가 혹여나 갇히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아쉬움을 남긴 채 노두길 구경을 끝내고 다음 장소(만수마을)로 이동하는 중
특이한 구조로 생긴 바다 안에 위치한 샘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안내판을 보니 짜우락샘에 대한 유래가 잘 설명되어 있다.
실제로 이 두개의 샘은 밀물때는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때 들어나는 샘으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의 식수원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용은 안하는것 같다.
짜우락샘? 샘 이름또한 특이하다.
용의 눈에서 솟아오르는 모양의 우물(짜우락샘)이라고 한다.
두 개의 샘을 주변의 갈대로 둘러쌓고 있고 돌 모양도 용 비늘처럼 꾸며놓은게 인상적이다.
만수마을 해안길을 달리다.
와룡마을을 지나 북일면 국도를 달린다.
달리던 중 자전거 이정표가 나타나면 우회전하여 만수마을 해안길로 진입한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바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갯벌...
주변경관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해안길을 가다보니 남파랑길 안내판이 보인다.
남파랑길은 남쪽의 쪽빛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부터 해남 땅끝탑까지 남해안을 따라 연결된 걷기 여행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이곳은 남파랑85코스 길이다.
북평면과 북일면을 잇는 일부 해안길로 자연경치가 끝내준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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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마을로 들어선다.
알록달록한 가옥들이 눈에 들어오고 물 빠진 해안가에는 갯벌들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다.
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들이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옛 어릴적 감정을 되살려 주는 조용한 시골마을 분위기가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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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리 신월방조제를 따라 달린다.
썰물때는 우측 장죽도로 이어지는 노두길이 열리는데 물때가 맞지 않아 들어가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해안길은 사람구경을 할 수는 없지만 자연구경은 실컷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해안코스 길이다.
해남군과 강진군을 잇는 사내방조제를 달리다.
신월방조제를 지나 국도에 진입 후 얼마되지 않아 10코스 노두길 동쪽 끝지점인
내동리 밭섬고분군에 도착했다.
바닥에 코스를 안내하는 파란 페인트 유턴 마킹 표시가 되어있다.
계획대로라면 10코스는 이 지점에서 유턴해서 내륙 농로길을 따라가다 방산리와 용일리 일대의
고분군 구경을 해야하지만 시간이 늦은 관계로 코스를 생략하고 곧장 11코스 주작산길의 일부 코스인
사내방조제로 이동한다.
사내방조제는 해남군 북일면 내동리와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를 연결한 방조제이다.
중간지점에서 행정구역이 해남군에서 강진군으로 바뀐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강진만이고 왼쪽은 담수호인 사내호이다.
사내방조제를 훌쩍 넘어 강진만에서 불어오는 늦가을 바람이 제법 차갑다.
멀리 사초항이 보인다.
이대로 해안선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강진군 가우도와 생태공원과 만날수 있을것 같다.
가을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사내호 농로길과 갈대풀, 들녘.....
사내방조제가 끝나가는 사초해변공원 전 좌회전하여 주작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드넓은 사내호와 간척지 농토를 배경으로 나풀거리는 갈대풀과 추수를 마치고 휑해진
사초리, 용화리 들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맞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몸을 꽂꽂이 편채 달리는
기분이 웬지 늦가을의 운치를 내 혼자 독차지 하는 느낌이 든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주작산의 산능선이 눈앞에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주작산을 오르다.
사내호 농로길을 벗어나자 어관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주작산길 자전거 이정표를 보니 이 지점부터 본격적인 주작산길 코스가 시작된다.
어관마을의 배추밭도 잘 영그러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보기만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실하다.
눈 앞에 더욱 가까워진 주작산 능선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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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관마을을 통과 후 좌측 장수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주작산 임도에 오른다.
경사도가 점점 심해지는걸 보면서 주작산 속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한다.
길 옆 양쪽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해남코스를 돌때마다 느끼지만 솔라시도 해남군 이미지때문인지 태양광 발전소를 자주 보는 것 같다.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잠시 주변을 좌우로 둘러보니 주작산 산새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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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돌밭길을 만난다.
주작산 임도를 만나려면 이 길을 뚫고 올라가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사도가 심해지는데 기어비를 알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슬립나기 딱 좋은 코스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계속되는 경사도에 잠시 내릴까도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고 사브작 사브작 올라간다.
이마와 등에서 흐르는 땀!
추웠던 몸이 더워지는 순간이다.
포기하지 않고 오르다 보니 드디어 평평한 임도가 나타난다.
인적없는 이 곳에서 코스방향을 알려주는 주작산길 이정표를 만나니 너무나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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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산도 가을의 마지막 길목에 들어섰는지 바닥에 낙엽들이 수북히 쌓였다.
내리막 길에서는 낙엽에 슬립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이 순간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잠시 완만했던 임도코스가 주작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구간부터는 가파른 경사도가 계속 이어진다.
구지 빨리 갈 필요가 없기에 주변 자연경관을 둘러보며 천천히 페달질을 한다.
주작산 휴양림에서 잠시 휴식을....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늦게 출발한 이유로 식사를 하지 못해 요기할 곳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동코스에 휴양림 있어 잠시 들러 매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한다.
어느덧 주작산 휴양림 후문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은 아직도 단풍에 물든 나무들이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지 가을의 향기가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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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입구에서 휴식을 끝내고 휴양림으로 내려간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갈때마다 사각거리는 자갈소리의 느낌이 좋다.
안장에 엉덩이만 붙이고만 있어도 알아서 저절로 내려가는 힐링이 되는 비단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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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산휴양림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가 제법 큰 휴양림으로 이용객은 보이지 않고 주변이 너무나 조용하다.
요기를 할겸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휴양림 매점을 찾는다.
그런데 낭패다.
코로나때문에 아직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번에 다녀왔던 인근 흑석산휴양림이 운영을 해서 당연히 운영되고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어쩐지 너무 조용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휴양림 주변 시설들을 구경하기로 한다.
휴양림 시설안내도를 따라 휴양림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내부의 전경은 잘 꾸며 놓았다.
산새 깊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구경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 이곳이 시라도 한수 읊어야 될 정도의 기분을 들게하는 나의 무릉도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강진군 신전면으로 내려가다.
휴양림에서 내려다본 광활한 들녘과 강진만 섬들의 목가적인 분위기에 잠시 정신을 내려 놓는다.
휴양림 구경을 끝내고 반대편 주작산길 코스인 분동골, 이목마을을 돌아 도림재로 복귀해야 하는데
코스가 만만치 않아보이고 시간도 꽤 소비될것 같다.
어떻게 할까? 즐기러 왔는데 무리하지 말자!
금강산도 식후경...
이 코스를 패스하고 강진군 신전면으로 곧장 내려간다.
수양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위치한 봉양저수지와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늑하다.
"유가네 한우 소머리 곰탕"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다.
강진군 신전면 국도를 달리는 중 페달을 멈추고 들어간한 "유가네 한우소머리곰탕" 식당!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여서인지 여주인님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고
식당 안에 손님은 아무도 없다.
쉬는 시간인데 휴식을 방해하는건 아니지... 하지만 난 배가 고프다.
"100% 한우육수! 맛이 없으면 돈 안받겠습니다." 입구 현판에 새겨진 문구를 보니
맛에 대해서는 믿음이 간다.
주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도가니탕이 나오자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셨다는 김치를 곁들여 여유롭게 식사를 한다.
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육수에서 역시나 깊은 맛이 난다.
여주인님께서 심심하셨는지 나를 말동무 삼아 이야기를 하시는데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하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은것 같다.
강진군(신전면)에서 해남군(북일면, 북평면) 국도를 달리다.
도가니탕으로 원기를 보충한 후 다시 달린다.
시간이 늦은 이유로 이탈했던 주작산 임도 일부코스는 포기하고
출발지인 북평면사무소를 향해 이동한다.
강진군 신전면에서 해남군 북평면사무소까지는 계속 국도를 이용한다.
차량행렬이 많지않아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강진군 대일마을, 신흥마을을 지나 해남군 북일면사무소에 도착했다.
면사무소 주변은 조용하고 핑크색 건물은 아담하다.
원래 11코스 주작산길 코스 출발지가 바로 이곳 북일면사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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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일면사무소에서 북평면사무소까지 국도를 따라 달린다.
중간지점에 신월리방대형고분 이정표가 있었지만 시간상 그냥 지나간다.
해남에는 고분군이 넓게 분포한 걸 보며 과거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던 세력의 위세가
얼마나 컸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신월리 들녘을 지나 월성교, 금당마을을 지나 만수마을, 와룡마을을 거쳐
북평면사무소로 향한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드 넓은 펼쳐진 오산마을 오산들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잠시 후 북평면 남창마을을 지나
출발지인 북평면사무소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땅끝해남 자전거길, 노두길과 주작산길 추억을 간직하며
늦게 출발해서 시간상 10코스 노두길(북일면 고분군코스)과 11코스 주작산길(일부 임도코스, 사내호 뚝방길)
코스 일부를 라이딩을 하지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해남의 멋진 절경을 구경하고 라이딩이 안전하게
마무리 될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미지의 장소로 혼자 떠나기가 두려워 고민하고 있었을때 라이딩에 함께 동행해 준 병준회원께
고마움을 전하며 아직 가보지 못한 1코스 달마고도, 4코스 바다백리길, 6코스 윤선도길도 마무리하고 싶은데
동행자 없이 혼자 가기가 어려움을 잘 알기에 언제쯤 나머지 코스를 다 가볼런지 기약 할수가 없다.
아무튼 멋진 해남 땅끝 자전거길 코스에 감사를 드리며 아직 가보지 못한 해남 땅끝 자전거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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