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2.3.23)해남 땅끝자전거길(7코스 고천암호반길)

EverGreenMan 2022. 3. 26. 23:17
근무를 마친 피곤함이 밀려오는 오후 시간!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그동안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잠시 뒷전에 미뤄 두었던 해남 땅끝라이딩을 다시 시작해 보려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봄내음이 가득한  그 곳, 해남으로 떠나보고자 한다.
 
어제 늦은 저녁시간 부터 보슬보슬 가랑비가 내리더니 아침까지 멈추질 않는다.

강수량은 많지 않아 마음먹은 김에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라이딩 복장을 챙겨입고 문을 나서 본다.

오늘은 몸 상태를 감안해 무리하지 않고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감상할 수 있는 "7코스 고천암호반길"로 출발한다.

갈대숲과 함께 습지가 형성되어 있어 철새들이 즐겨찾는다는 호수, 특히 이곳을 찾아드는 가창오리무리의 군무는 장관이라고 하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후에 도착한 출발장소 고천암자연생태공원 주차장, 다행히 가랑비도 멈추고 날씨가 화창하다.
제법 시원한 느낌마저 들고 라이딩하는데 오히려 좋은 날씨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고천암자연생태공원 입구, 자연친화적으로 건축되어 공원 안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들여다 보고 싶지만
일단 라이딩이 목적이기때문에 다녀온 후 천천히 구경해 보기로한다.

"고천암 철새도래지" 안내판을 보니 전 세계 가창오리 98%가 고천암호를 찾는다고하니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셈인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 촬영장소로도 많이 이용되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새로움을 맞이한다는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또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고천암자연생태공원 건물입구에서 인증을 남긴 후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고천암호는 간척사업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담수호로 앞 전에 다녀왔었던 영암호나 금호호에 비해 규모는 작은편이라고 한다.

고천암호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호수를 따라 라이딩을 하게 되며
호반길은 고도가 거의 없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대부분이여서 입문자들이나 가족단위 라이딩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일 듯 싶다.
 
생태공원 안의 또 다른 공원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신기하기도 하고 힐링 그 자체다.
맑은 하늘, 적당한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를 얼마 지나지않아 마주친다.
고천암방조제 덕분에 생긴 고천암호 주변으로 무수한 갈대밭이 장관을 만들어 내고 중간중간 멋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벤치가 그림 속 휴식장소와 같다.
인기척 없는 호반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첫번째 조류탐조대에서 걸음을 멈춘다.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는걸 보니 망원경을 이용해 철새들을 보다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만든 배려인 듯 하다.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용료는 무료다.

멀리 점처럼 보이는 철새들은 내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겠지...
자기들끼리 날개를 푸닥거리며 한가로이 먹이사냥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난 안중에도 없다.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 주변을 거닐면서 좀 더 가까이에서 철새들을 볼 수도 있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사는 세상이 이런 곳일까?
하지만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탐조대 구경을 끝내고 호반길을 달린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고천암호를 구경하는지 차량 한대가 천천히 이동하며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해남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자 자전거 표지판이 나타난다.
섬안 농장도 눈앞에 보이고 코스를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고천암호 반대편 들판 주변에는 개간작업을 하는지 포크레인과 작업차량들이 보이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금보다 편리함을 위해 개발이 진행되겠지만 현재 그대로의 모습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는데 정답은 없다.
고천암호 주변은  온통 푸른 호수와 갈색빛 갈대 천지다.
잔잔한 고천암호호반길 이동 중 오랜만에 갈색과 녹색의 조화로움이 눈에 띈다.
뭐지? 궁금한 것은 못 참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확인을 한다.
시금치 인가? 아닌것 같기도 하고... 한동안 봐도 모르겠다. 무엇이 중요하랴~
아무튼 오랜만에 안구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것 같은 탁트인 지평선이 계속 이어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는 평지!  정말 힐링 코스다.

드넓은 들판 곳곳에서는 봄 기지개와 함께 생명의 시작이 벌써 진행 중이다.
간간히 강바람이 앞에서 심술을 부리며 방해를 하지만 라이딩 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들판은 이미 봄내음이 한 가득하다.
잠시 녹색물결 그 사이를 거닐어 보고 싶어 무조건 내려가 본다. 
보리인가?  갈색 톤 억새풀과 갈대,  녹색톤 보리와의 색깔대비가 인상적이다.
드넓게 펼쳐진 녹색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은 평안하고 마음은 배부르다.
이 와중에 봄 향기를 한가득 채운 이름모를 봄꽃들도 자신의 얼굴을 자신있게 내뽐낸다.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아쉽지만 봄 향기를 뒤로하고 다시 이동한다.
호반길을 따라 가는 주변은 평온하기 이를데 없다.

남산농교를 지나가며 고천암호를 바라본다.
고천암호 갈대탐방로에 도착한다.
갈대밭은 고천암호를 따라 걷기 좋은 갈대 군락지다.
이곳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철새들의 낙원임에 분명하다.
호수에서 먹이사냥을 하는 철새들을 쉽게 볼수 있다.

아무도 찾지 않은 갈대탐방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혼자 독차지하며 기분을 만끽해 본다.
좀 외롭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오히려 혼자있는 시간도 나름 낭만적이다는 생각이 든다.
고천암호갈대밭은 자연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장소이다.

갈대밭하면 제일 먼저 순천만갈대밭이 떠오르는데 어느 곳이 클까? 궁금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곳 고천암호 갈대밭도 규모도 상당하다.
더 넓은것 같기도 하고?

오늘 하루 고천암호갈대밭은 나의 마음속의 정원이 되어준다.
갈대밭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은 완벽한 개발이 덜 된듯한 느낌이다.
난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좋고 자연스러움을 더해준다.
복잡하지 않고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더욱 좋다.
나만의 욕심일까?

둑 위에서 바라본 갈대밭은 그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주변 데크가 갈대밭 사이로 좀더 길게 연장되어 더욱 갈대밭 구석구석을 거닐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변 도로를 따라 도보나 드라이브로 고천암호 갈대밭 구경을 해도 좋겠지만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일석이조 그 이상의 행복감을 얻는데 더할나위 없을 듯 하다.
고천암호 갈대탐방로에서 많은 추억시간을 남기고 다시 호반길코스로 진입한다.

고천암호반길 마지막 다리 "연곡교"를 지나간다.
다리를 기점으로 이동하다보면 코스를 이탈할 일은 전혀 없다.
몇 군데 자전거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추가로 바닥에 파란색 이동표시를 해둬 코스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다리를 지나면서부터는 고천암 농로길을 따라 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비포장길을 만나게 된다.
난 흙길이 정감이 있고 라이딩하는데 더 행복감을 느낀다.

 

 비포장길이 끝나자 다시 한번 반듯하게 간척된 드넓은 들판과 갈대밭이 눈앞에 다가온다.
사방이 갈대밭이다.

이제 방조제만 지나면 오늘 라이딩은 마무리가 된다.
고천암방조제를 따라 달리다 보니 멀리 고천암이 보인다.
사람, 차량의 이동은 보이지 않는다.
방조제를 따라 지나는 길이 너무 평온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라이딩이 끝나간다.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 부담없는 코스다.
거리가 짧아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수 있어 행복하다.

드디어 출발지인 고천암호 자연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생태공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생태공원의 초입은 여느 도시의 공원처럼 현대적으로 꾸며 놓았다.
산책로, 쉼터, 놀이터, 분수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좋을듯 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 공원이지만 접근성만 좋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듯 싶다.
해남 땅끝자전거길 7코스 고천암호반길이 마무리되었다.
고천암호를 따라 막힘없이 펼쳐진 호반길, 갈대밭, 철새, 바람, 하늘과 구름.....
고천암호 주변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부담없이 힐링하며 다녀온 고천암호반길...   감사할 따름이다.

힐링을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은 입문자나 가족단위 라이더들에게 고천암호반길 코스를 적극 추천한다.

다음 기회에 가보게 될 해남 땅끝자전거길 코스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