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1.10.11) 신안 천사섬 안좌도~팔금도

EverGreenMan 2021. 10. 31. 20:38

이번 라이딩은 신안 천사섬 마지막 코스 '안좌도와 팔금도'다.
어느덧 신안 천사섬 여정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오늘 나와 라이딩에 함께 할 동행자는 영복회원님과 동화회원님이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더이상 내리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차량으로 천사대교를 넘어간다.

신안 압해읍과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를 넘을때마다 바다위에 놓인 대교의 길고 웅장한 위용에 압도된다.
차량전용도로 규정 속도 60km를 준수하며 대교를 넘어간다.

복층으로 자전거 통행로를 함께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천사대교를 올때마다 생각하게 만든다.

시꺼먼 구름사이로 계속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 라이딩하기에 썩 좋은 날씨가 아님은 분명하다.

출발지점인 안좌도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안좌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안좌도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신안1대교를 넘어 팔금도로 진입하여 서근등대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와 다시 안좌면사무소로 복귀하는 코스다.

비가 오는데다 바람까지 불다보니 한여름 복장을 입고 라이딩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한기가 느껴진다.
한동안 가방안에 쳐박혀 있던 바람막이 잠바를 꺼내 상의에 겹쳐 입는다.
빗방울도 십사리 멈출것 같지는 않다.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출발준비를 한다.
마지막 여정을 시기라도 하는지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어댄다.
그래도 많은 비가 쏟아지는 폭우가 아니라 빗방울 수준이여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출발 전 일행들과 함께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신안 천사섬 마지막 여정을 위한 신안 천사섬 안좌도~팔금도 라이딩을 시작한다.

면사무소에 출발한지 얼마 안된 지점에서 '김환기 고택의 달과 별전' 현수막이 눈앞에 나타난다.

곧이어 따라간 도로 가장자리에 위치한 첫번째 인증센터인 '김환기 화백'의 생가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운치가 있는 고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주변을 둘러보며 작품들을 감상한다.
김환기 화백은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데 안좌도 출신으로 새, 달, 항아리 그림 등이 대표적인 작품인 유명한 서양화가라고 한다.

고택 구경을 끝내고 김환기길을 따라 이동한다.
평탄한 아스팔트 도로는 편안하게 라이딩 할수 있게 한결 많은 도움이 준다.

신촌리마을, 대우리마을 들판에 추수할 때를 기다리는 벼들이 노랗게 익어간다.
섬인데도 논과 밭을 넓게 경작하는게 이색적이다.

치동저수지, 방월리마을, 한운리마을을 지나자 갑자기 복지선착장이 나온다.
코스가 이게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라이딩코스가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점점 북쪽으로 올라온 느낌이다.

김환기생가 인증 후 면사무소 방향으로 다시 나와 반시계방향인 마진리마을, 시서리마을 거쳐 한운리 마을로 내려가야하는데 인증 후 곧장 중간도로(김환기길)을 진입하다보니 코스에 착오가 생겼다.

다시 코스를 복기하고 한운리마을, 방월리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내호리마을에 도착 후 고니도래지와 태양광이 설치된 잘 닦인 도로에 진입한다.
자전거 바퀴소리를 들었는지 왜가리 두마리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하늘 위로 날아간다.

반듯하게 그려진 사각형 모양의 땅이 여러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는걸 보면 예전에 이 자리가 한창 염전을 했던 장소인 듯 하다.
지금은 그 자리를 태양광이 대신하고 있다.

빗방울은 떨어지고 바다바람이 더욱 세지는것 같다.
마을 주민들은 어디에 있는걸까?
한사람도 보지를 못했다.

하여튼 일행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청정 자연을 벗삼아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안좌도를 달린다.

고니도래지길을 지나 이제 퍼플교로 향한다. 구대리마을을 통과 후 소곡리마을 두리선착장에 가까워오자 마을의 보라색 지붕색깔과 벽화들을 보게되고 곧 퍼플교에 도착함을 느낀다.

안좌도를 라이딩하는 동안 도로에서 차량들을 거의 볼수 없었는데 이곳은 퍼플섬을 관광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출입하는 차량들로 북적인다.

궂은 날씨에도 이곳 퍼플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입구에서부터 정렬된 간격으로 설치되어
바람에 펄럭이는 퍼플섬 홍보깃발들과 섬들 사이를 잇고있는 보라색 다리들을 보니 이곳이 안좌도의 명소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퍼플교 앞에 도착했다.
신안의 섬 특징처럼 바다물이 빠져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갯벌이 눈을 사로 잡는다.
방송 등 매스컴에서 자주 보던 퍼플교에 직접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주변 모든것들이 정말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다.

조감도를 보니 박지도는 섬 주위를 자전거로 일주가 가능하다고 표시가 되어 있어 이곳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

여기서 잠깐!
매표소 안내문에 적혀있는 퍼플 섬(박지도와 반월도) 입장료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성인 5,000원 / 청소년, 군인 3,000원 /어린이 1,000원(12세 이하)이며, 만 65세 이상, 출향도민, 자매결연 시·군민은 5,000원 신안 상품권을 지급받는다.
단, 신안군민이 아니지만 무료로 이곳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보라색 의복 착용 시 무료입장 가능하다.(상의, 하의, 신발, 우산, 모자) / 예외 (스카프, 가방, 양말, 토시, 손수건 등)이다.

퍼플섬은 박지도와 반월도 두 곳으로 되어 있고 입장도 두곳으로 가능하도록 별도로 목교가 설치되어 있다.

일행은 안내 조감도에 표시된것처럼 자전거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기위해 박지도로 들어가려고 입장료를 물으니 매표소 관계자분이 자전거는 출입이 안된다고 한다.

목교는 끌고가고 박지도에서부터 라이딩을 할거라 애기했더니 최근에 라이딩 중 자전거사고가 나서 지금은 자전거는 출입자체가 아예 안된다고 하신다.

섬을 한바퀴 돌아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게 어딨남?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에 먼저 다녀간 라이더님들은 반월도, 박지도 라이딩을 여유롭게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퍼플섬이 관광지로 자리잡다보니 자전거가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욱 더 자전거로는 박지도와 반월도로 출입이 어려워질것 같아 못내 아쉽다.

일행들과 상의끝에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자전거 없이 섬을 한바퀴 돌고오는것도 시간상 맞지않아 아쉽지만 포기를 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안되는건 어쩔수 없지 않겠는가?

퍼플교를 나와 안좌남부길을 따라 이동한다.
특징없는 평탄한 아스팔트 도로를 이동하는중 길가에 분홍색깔 꽃이 자주 보인다.
녹색과 대비되는 분홍색이 눈에 띈다.
안좌도의 대표적인 꽃인가?
잠시 페달을 멈추고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이 꽃의 이름은 '분홍바늘꽃'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도 새로운 꽃이름을 알았다.

대척리마을, 여흘리마을, 대리마을을 지나 복호선착장까지 가본다.
조용한 항포구로 특별한것은 없다.

자라대교 이정표가 보여 넘어가보려 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잠시 대교 앞까지만 돌아보고 발길을 돌린다.

대리마을 가구수 등 규모가 꽤 크다.
이정표에서 우회전을 하니 '세계화석광물박물관'이 보인다.
시간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만 둘러본다.
폐교된 학교를 재활용해서 만든것 같은데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려있어 주변의 녹색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다.

안좌도 코스는 대부분이 아스팔트 도로에다 큰 경사가 있는 업힐이 없어 초보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산두리마을, 탄동리마을, 금산리마을의 시골스러운 들판 정취를 맘껏 느끼며 어느덧 읍동항에 도착했다.
배로 왔으면 이곳 읍동항에서부터 라이딩이 시작되었겠지..
이 항포구도 평온하다 못해 고요할 정도다.
마을사람들은 다들 어디 계시는지....

 

안좌도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면사무소 인근에 있는 '천사 신안 돼지국밥' 집에서 순대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원기를 회복하며 추위를 이겨낸다.

식사가 끝난 후 차가운 날씨때문에 두분 선배님들은 대기를 하고 혼자서 신안1교를 넘어 팔금도로 넘어가기로 한다.

팔금도 백계선착장을 잠시 둘러보고 원코스에 진입 후 얼마 안돼 비포장 흙길이 나타난다.
안좌도와는 또다른 느낌의 팔금도 라이딩 코스다.
개인적으로는 흙길을 다닐때가 행복감이 더 밀려온다.
그래서 MTB 타는거 아니겠는가?

넓게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해안 비포장길을 따라 팔금도 서쪽 끝단에 위치한 서근등대로 이동한다.

등대까지는 거리가 좀 있다.
업다운이 있는 싱글처럼 좁은 비포장길이 마음에 든다.

서근등대에 도착했다.
팔금도 서쪽해안에 위치한 등대인데 해안과 육지의 멋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다.

등대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파도치는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난 자전거로, 그들은 낚시로 행복을 찾고있는 셈이다.

서근등대 풍광을 마무리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아주 잠깐 맛볼수 있는 좁고 아기자기한 싱글코스가 이색적이고 재미나다.

역시나 멋진 풍경에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마음이 평화롭고 그대로 그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되겠지...
이제 마지막 인증센터가 있는 채일봉전망대로 곧장 가기로 마음먹고 이동한다.

도로를 한참을 달리는 중 자전거 이정표가 좌회전을 가리켜 일단 올라가본다.
갑자기 경사가 있는 업힐이 시작되고 업힐이 끝나자 확 뜨인 임도가 나타난다.

왼쪽 산 끝자락에 전망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저기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멀다.

이런 장소에 인증센터가 있을 줄이야!
마지막 여정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싱글길은 아스팔트도로보다 라이딩하는데 에너지가 휠씬 많이 소모된다.
신안 천사섬 8개 코스를 돌면서 처음으로 기어를 다 털고 올라간다.

인증센터가 산 정상에 있다는 사실도 아주 흥미진지하다.
산길을 따라 어렵게 올라간 끝무렵에 길게 뻗어내린 나무계단이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올라갈수 없기에 자전거를 어깨에 들쳐메고 올라가기로 한다.
일명 '들바'다.
들바는 참 오랜만에 경험해 보는것 같다.

한걸음씩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채일봉전망대에 도착했다.

올라왔구나~
숨을 고르고 눈밑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니 고생끝에 전망대에 올라온 보람이 있다.

오고가는 여객선들과 어선, 수십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 풍경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수 있다.
한참을 보고있노라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이곳에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이 기분을 어찌 알겠는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냥 좋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참 많이도 올라왔다.
녹색은 산이요, 황토색은 길이다.
보이는대로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이제 하산해야 될 시간이다.

어느 코스로 가야하나?
결정은 내가 해야한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임도를 타고 원산리 방향으로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알수없는 전망대 반대편 산길을 따라 넘어갈것인가?

무슨 용가리 통뼈 심뽀인지 고심끝에 결정한다.
왔던 길은 재미없고 여기까지 왔는데 새로운 코스도 알아보고 싶어 산길로 넘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전망대를 올라올때처럼 싱글길을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다.
풀이 울창하고 바위들이 사방에 깔려있어 움직임을 방해해 자전거 안장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작은 자갈들을 밟을때면 미끄러지기 일쑤여서 타고 서다를 반복할수 밖에 없다.
인적도 없는 산길을 다시 끌바, 멜바를 반복하며 알수 없는 코스를 찾아간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사서 고생을 한다. ㅋㅋ

비까지 내리고 주변에 풀이 많이 자라 길이 잘 보이지 않아 코스를 맞게 찾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보이는것은 바다와 갯벌뿐...
도로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초보자들이 나외같은 코스로 혼자 오면은 정말 큰일 날것 같다.

산길을 뚫고 가다보니 채일봉 정상 이정표를 만난다.
채일봉전망대 정상높이가 해발 159m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여긴 어디쯤일까?
다른 출입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풀을 헤치며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등산로임데도 이 등산로를 사람들이 자주 이용을 안하다보니 길이 풀에 파묻혀버려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가면서도 의구심이 든다. 맞겠지..

다시 왔던 길로 가야하나?
지금까지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기에는 본전 생각도 나고 엄두가 나지않아 일단 계속 가보기로 한다.

멀리 나무계단이 2곳이 보인다.
일단 계단이 보이는 곳으로 코스를 잡고 내려간다.

가빠른 내리막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니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는것 같다.
긴장상태에서 발목에 힘을 주고 몇번을 미끄러져서인지 발목이 시큰거린다.

와~ 이 경사 봐~
경사가 급한 나무계단을 끌바, 멜바로 내려가는데도 상당히 위험해 주위를 살피고 조심히 내려간다.

휴~
다 내려왔다.
자전거를 들쳐메고 이 계단을 내려왔다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쉽게 갈걸 어렵게 가고 있다.

마지막 계단인줄 알았던 암반 등산로를 다 내려오니 또다른 계단이 보인다.
아이구~

이제 정말 모든 계단을 다 내려왔는데도 풀 숲에 가려서인지 위에서 내려다봐도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가 없어 조금 혼란이 온다.
내비를 켜고 왔던길로 다시 가니 풀이 내 허리만큼 자라있어 이길이 맞나 싶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가보자~
풀숲을 헤치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보니 다행히 산길이 나온다.
산길이 끝나는 지점, 도로바닥에 나타난 자전거표시...
얼마나 반갑던지...
이제야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원산저수지를 돌아 도로를 넘어가니 원산리마을 들판과 만나게 된다.
십년감수 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원산리마을 한복판을 신나게 내달린다.
들판에서 재배하는 녹색물결 대파가 풍년인듯 아주 잘 커서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원산사거리에 도착한다.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보니 신안 섬 가을의 풍요로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신안 섬들도 겨울준비에 바쁠것 같다.

중앙대교 쉼터에 도착함으로써 드디어 마지막 팔금도 여정이 마무리 끝났다.
이로써 신안 천사섬 8개 코스가 8개월만에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신안 섬을 라이딩하면서 겪었던 과정들이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을 함께해 준 신안 천사섬 안좌도~팔금도야!
고마웠다.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