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1.10.10) 신안 천사섬 흑산도

EverGreenMan 2021. 10. 31. 20:35

오늘 라이딩코스는 흑산도다.

"흑산도'하면 막연하게 홍어, 조선시대 정약전선생이 유배시절 집필한 '자산어보' 를 아는게 다였는데 이번 기회에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신비로움이 가득한 신안 천사섬 중에서 제일 멀리 위치해 있는 "흑산도"로 떠난다.

오늘 기상청 예보는 소량의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흑산도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때문에 다가올 겨울철에는 더욱 가기가 힘들어질것 같아 이번에 동화회원님과 의기투합하여 무작정 들이대 보기로한다.

근무가 끝나고 곧장 연안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여
터미널에 먼저 도착한 동화회원님과 조우한다.

터미널은 생각보다 크고 넓다.
날씨때문에 흑산도로 입도하는 사람들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대합실에는 흑산도로 입도하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오전 7시 50분에 출항하는 매표를 하고보니 정말 흑산도로 가는 상황이 실감이 된다.

터미널을 통과해 부두로 들어가니 흑산도로 들어갈 쾌속선 "유토피아"호가 눈앞에 들어온다.
자전거 운송비용은 5,000원이다.

쾌속선에 승선하고 흑산도로 들어가는 다른 라이더 두분을 만난다.
일단 같은 목적의 라이더분들은 만나니 반갑다.
서로 통성명을 하며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다보니
두분다 흑산도는 처음이며 광주에서 오셨다고 한다.

흑산도는 모두 초행길이라 함께 라이딩 하기로 하고 출발 전 추억을 남긴다.
새로운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자전거가 이래서 매력적이고 좋다.

아침에 빗방울 떨어져 하늘이 우중충할줄 알았는데 점점 날씨가 개이는 느낌이다.

쾌속선에 승선한 흑산도로 들어가는 라이더는 단 4명뿐이다.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모여있던 갈매기떼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점점 멀어진다.
드디어 흑산도로 이동한다.

'퀸메리'라는 여객선이 보인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도 라이딩을 다녀올 계획인데 이때 이 여객선을 타고 갈것 같다.

오늘 모든 일정이 안전하게 마무리 되기를 기도하며 선장의 방송통제에 따라 선실로 들어간다.

내 매표권 좌석번호는 29번인데 1층으로 내려가기가 번거로워 2층에 주인이 없어 보이는 빈자리 아무데나 앉는다.
쾌속선이라 항해중에는 위험하기때문에 외부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위반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초도에서 1차례 기항을 하고 자는 둥 마는 둥 잠을 설치다보니 어느 덧 멀리 흑산도가 보인다.
쾌속선이다 보니 편하고 빠르긴하다.
금방 도착한 기분이다.

드디어 그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흑산도를 가까이에서 마주하게되는 순간이다.

흑산도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흑산도의 날씨는 출발때보다 더 좋아져 화창하기 그지없고 라이딩하기에도 제격이다.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흑산도!
이곳이 흑산도라는 현실을 알려주는 이정석이 일행을 무심하게 기다린다.

'흑산도'는 바다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모두 검게 보인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직접 일주도로 경험을 하면서 눈으로 흑산도만의 아름다운 매력을 직접 확인을 해 봐야겠다.

흑산도 라이딩 코스는 여객선터미널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따라 흑산도를 한바퀴 돌아볼 계획이다.
시계방향은 코스가 힘들다고 대부분의 라이더님들이 비추천하는 코스다.
 
흑산도 일주 거리는 30KM이내로 비교적 짧아 거리상 부담은 없지만 섬의 특징상 낙타등과 같이 업힐이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코스는 아니다.
빠르지 않고 천천히 최대한 흑산도 풍경을 보면서 자유를 느끼며 달려가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라이딩 출발...
광주라이더님이 선두에 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은 신안 철새 박물관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면서부터 업힐이 시작된다.
이렇게 빨리 업힐이 시작될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ㅋㅋ
모두들 당황한 눈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화창해져 라이딩 하는데는 더나할것 없이 최상의 날씨다.
초입부터 시작되는 상라산 열두굽이길은 예상보다 경사도가 있어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무리하지 않고 기어를 잘 조절하여 페달을 가볍게 밟는다. 
순간 경사도가 17%가 나온다

일직선 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급경사가 계속 이어지는 코스이기때문에 인내심과 체력이 요구된다.
오랜만에 업힐다운 업힐을 만나니 괜시레 반갑기도 하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기분이 좋아진다.

한참을 앞만보며 올라가다 보니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열두굽이길 경사도가 상당하다. 
많이도 올라왔군....

앞으로 이런 고개가 몇개 더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흑산도 한바퀴를 다 돌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작을 했으니 힘들어도 끝을 봐야지...

도착한 열두굽이길 정상에는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일행을 기다린다.
구슬픈 흑산도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오고 관광버스로 올라온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억을 남기는데 여념이 없다.
 
일행도 이곳에서 잠시 가쁜 숨을 진정시키기로 한다.

광주라이더 선배님 두분은 흑산도 코스 경사도가 이렇게 심한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시고 시간안에 다 돌수 있을지 걱정을 하신다.

돈 안되는 걱정은 뒤로 미루고 멋진 풍경에 잠시 빠져보기로 한다.
주변 상라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흑산도의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답게 빼어난 기암절벽 등은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날씨까지 화창해 더할나위 없는 아름다움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경관을 어디서 볼수 있단 말인가?
 
업힐의 보상이랄까?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주도로에 다시 페달을 올린다.
이동하는 장소마다 한폭의 그림이다.

멀리 구름아래 갇힌 섬이 홍도인가?
가깝다고 하던데...
환상적이고 아름다움의 끝을 보어준다.

운암산 약수터 등 업다운을 거쳐 흑산도 곤촌마을에 도착했다.
인적이 없는 마을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앞바다에는 전복, 우럭양식장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잠시 풍경을 구경하며 일행들을 기다린다.

다운코스에서 일행들이 시원하게 심리마을로 내달린다.

관광버스와 화물차량 외에는 통행이 없는 한적한 일주도로를 달리며 멋진 절경에 푹 빠져든다.

심리마을 항포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어촌마을의 정겨움을 더해준다.

심리마을을 지나서부터 다시 업힐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더욱 화창해지고 기온은 더욱 올라간다.
비 예보는 한낱 찌라시처럼 온데간데 없고 한 여름같은 날씨로 온몸은 땀으로 뒤덮는다.

한다령의 업힐을 끝내고 흑산도 일주도로 준공기념비에 도착했다.
이 기념비는 1984년 첫 삽을 뜬후 무려 27년만인 2010년 3월에 개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흑산도 일주도로가 준공되기까지 엄청 오랜기간이 걸린것 같다.

일행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업힐이 끝나는 지점은 언제나 조망권이 뛰어나다.
이 곳도 마찬가지다.
딱 트인 해안절경이 수고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해준다.

나를 바라보며 양손을 활짝 벌려 맞이해 주는 당신은 누구인가? 자유의 여신상인가? 천사?
아무튼 반갑게 맞이해주니 감사하다.

도착한 일행들은 계속되는 업힐에 힘들어 보이지만 추억을 남기는 순간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제 절반 쯤 돌았을까?
너무 지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시원한 다운을 시작한다.
업힐 만큼이나 다운거리도 길어 스릴감이 최고다.

도착한 곳은 사리마을 유배문화공원이다.

섬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골목 사이 돌로 쌓은 낮은 담장이 인상적이며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정약전선생이 물고기를 관찰했던 사리마을 앞의 청정한 호수같은 바다.. 아름답다.

방파제로 울타리를 쳐 놓은 듯한 바위 섬들을 보고 있노라니 옛날 이곳으로 유배온 사람들은 기약없이 죽을때까지 갇혀 살아야했던 아픔의 과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듯 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일주도로를 따라 업다운을 하며 묵령고개로 이동하는 중간마다 업힐 경사도에 관광버스와 택시(승합)가 엔진 과부하가 차는지 굉음을 내며 뒤를 쫒아온다.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이름모를 정자앞에서 페달을 멈추고 주변경관을 감상하며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갖는다.

일행들이 줄지어 정자에 도착한다.

광주라이더님들은 흑산도의 짧은 코스거리만 보고 금방 마무리 하고 점심을 드실 생각이셨는데 예상외로 라이딩 시간이 길어져 점심때가 훌쩍 지나 배가 고프다고 하신다.

이제 흑산도항으로 가는 거리가 얼마남지 않았다.
소사마을을 지나 업힐고개 하나만 넘으면 된다.

샛게해변을 지나 마지막 업힐을 시작한다.
이미 몸이 풀려서인지 한결 가벼운 페달질로 성큼성큼 고개를 올라간다.
일행들도 남은 힘을 짜내어 업힐코스를 올라온다.
조금만 힘냅시다!

흑산도항 도착 전 이름없는 항포구에서 잠시 일행을 기다리며 마지막 풍경을 감상한다.

서두름이 효과일까?
오후 2시 40분!
일행모두 여유있게 흑산도항에 도착했다.

이로써 무사히 흑산도 라이딩이 마무리되었다.
힘들었던만큼 보람되고 날씨까지 도와준 행복한 라이딩 시간이었다.

일주도로를 이동하는 동안 보급할수 있는 편의점은 없기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전거를 통한 광주라이더 선배님들과의 소중한 인연, 함께 동행해 준 동화회원님께 감사를 드리고 또 다른 여정을 기대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오후 4시 20분!
일행을 목포로 데려다 줄 쾌속선이 도착한다.
언제 다시 흑산도에 올지 모르겠다.
미뤄두었던 숙제를 끝마친것 같아 흑산도를 떠나는 마음이 홀가분 하다.

흑산도야!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