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1.5.13) 신안 순례자의 길 탐방

EverGreenMan 2021. 5. 18. 17:04

정확히 한달만에 다시 압해도 송공항을 찾았다.
한달 전 강풍으로 마지막 배가 운항하지 않아 시간만 허비하다 발걸음을 돌린 기억이 있다.
역시 섬 탐방은 기상예보를 잘 확인하고 와야한다.
하지만 어쩔때는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현장에서 바뀔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하늘에 맡길수 밖에 없다.

송공여객선터미널
오늘은 해가 쨍쨍하니 날씨가 화창 그 자체로 라이딩하기에는 최고다.

12시 30분 송공항에 도착했다.
여객선 천사 아일랜드호가 선착장에 대기하며 차량들과 사람들을 싣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로 들어가 한달 전 뵈었던 여성 직원분에게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소악도에서 시작해 병풍도에서 마무리하고 나오려고 한다고 말씀드리니 옆에 있던 남성 직원분께서 오늘 물때를 봐서는 병풍도에서 시작해서 소악도로 오면 마지막 섬까지 들어갈수 있다는 말에 출발지를 병풍도로 바꿔 표를 끊는다.

송공항 12시 53분
느즈막에 오신 차량과 일행들이 있어 출발시간이 5분이 지체되었다.
검은 매연 연기와 엔진 굉음 소리에 맞춰 배가 이제 서서히 출발한다.
선체가 떨리는지 내마음이 떨리는지 빨리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가야 할 병풍도는 제일 마지막 도착 선착장으로 도착시간이 오후 2시가 넘으니 이동시간만 약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병풍도에 도착해 다시 소악도까지 이동해서 오후 5시 배를 타야하니 실제로 나에게 주어진 탐방시간은 고작 3시간 밖에 없다.

날씨만큼이나 바다도 조용하고 잔잔하다.
신안의 이런 바다풍경은 오랜만이다.

여객선에는 여러 섬을 거쳐야 하기때문에 사람들과 싣은 차량들로 빽빽하다.
자전거는 나 혼자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례자의 길을 경험해 보기위해 차량과 도보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대부분의 사람들과 차량은 순례자의 길로 유명한 예배당이 모여있는 기점도와 소악도에서 내린다.

바다의 고요함에 조금 지루한 기분을 느끼고 졸음이 몰려올 즈음 직원분이 다급하게 나에게 내릴 준비하라며 손짓을 한다.

병풍도에 도착한 모양이다.
드디어 천사 아일랜드호가 병풍도 선착장에 접안한다.
그 많던 사람과 차량은 어디가고 내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3명과 차량은 포터 1대뿐이다.

병풍도 선착장
이곳이 병풍도란 말이지...
섬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한적하고 조용하다.

오늘 라이딩 코스는 병풍도를 출발해서 대기점도,소기점도, 소악도의 순례자의 길을 따라 12개예배당을 직접 살펴보려고 한다.

병풍도 선착장에서 옷무새를 갖춰입고 출발 준비를 한다.

선착장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부터 약간의 오르막이 나와 댄싱으로 치고 올라간다.
예열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쓰니 허벅지가 쫄깃하다.

댄싱으로 정상에 도착하니 멋진 공원이 나타난다.
이곳이 맨드라미 꽃 단지인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경관이 보이고 평화로움
그 자체다.

내려다보이는 운집한 마을의 빨간 지붕색깔이 인상적이다.
맨드라미 색깔인가?
새마을 운동과 연관이 있나?
아무튼 눈길이 가는 특색있는 마을모습이다.

인증센터 뒤로 펼쳐진 이름 모른 섬들을 바라보니 줄줄이 사탕처럼 하나로 이어진듯한 느낌을 준다.
신안은 참 섬이 많긴 많다.

맨드라미 꽃 단지 인증센터
맨드라미 꽂 단지 주변을 구경하고 병풍도를 달린다.
아스팔트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경사도가 크지 않아 초보자가 라이딩하기에 아주 적격이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섬 끝자락에 또 다른 선착장을 만난다.
여기가 어디지?
보기선착장이다.
이곳에서도 라이딩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여하튼 병풍도 남쪽 대기점도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북쪽 끝단으로 잘못 길을 온것 같다.
길치이다보니 언제나 몸이 고생이다.

이러다 오늘 12개 예배당을 다 볼수 있을까?
마지막 배를 놓치는건 아닐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쩔수 없이 왔던 길로 다시 페달질을 한다.
농로길을 따라가다 염전길 옆에서 일하시는 어르신께 대기점도 방향을 물으니 친절히 잘 알려주신다.

왔던 길로 다시 페달질을 한다.
자전거 표시 입간판이 보이는걸 보니 맞게 찾아온것 같다.
마을을 통과해 얼마되지 않아 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이어주는 노두길을 만난다.

병풍도~대기점도 노두길
생각했던것보다 노두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파도가 넘실 거리는 길에 늘어진 노두길을 달리다보니 내 세상인양 마음이 들뜬다.

병풍도 노두길을 지나 대기점도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예수 그리스도 12제자들의 집을 테마로 만든 순례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따라 나서 본다.

왜 신안의 크고 작은 많은 섬들 중 유독 기점도와 소악도를 순례자의 길로 선택하여 유명작가들이 자신만의 건축물을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에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 기독교 최초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가 자리한 데서 착안하여 만든 길이라고 한다.

대기점도에서부터 나도 경건한 마음으로 순례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

노두길을 지나 처음 만난 예배당은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의 집"이다.

안드레아의 집
이 예배당은 화창한 날씨와 봄꽃이 어우러져 예배당이 더욱 평화로워 보인다.

예배당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조형물...
지붕에 두마리와 앞 마당을 지키고 있는 늠름한 자태의 한마리... 어디를 응시하는 걸까?
이 조형물의 의미는 무얼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실물처럼 잘 생겼다.

안드레아의 집을 지나 건강의 집인 "베드로의 집" 으로 이동한다.

베드로의 집
하얗게 깔린 멋적은 해안도로를 따라 대기점도 선착장에 위치한 베드로의 집이다.
주변에는 전기자전거 대여점도 보인다.
여기에서부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다.

"건강의 집"인 베드로의 집은 파란지붕과 하얀 외벽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로 유럽의 어느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제 베드로의 집에서 야고보의 집으로 이동한다.
산 언덕에 위치한 그리움의 집 "야고보의 집"에 도착했다.

세번째 야고보의 집
기둥과 상부는 목재, 하부는 석조를 이용해 지어져 있어 괜히 분위기가 엄숙해지는 아담한 크기의 예배당이다.

야고보의 집을 떠나 요한의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목마다 "순례자의 길"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그 길만 따라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새로운 예배당들을 만날수가 있다.

네번째 생명평화의 집 "요한의 집"이다.
주변에 한창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어 공사차량을 피하는데에만 신경쓰다보니 미처 보지 못하고 순간 지나치고 말았다.
마을 한바퀴를 도는 수고가 있었지만 섬이 조그만해 금방 예배당을 찾을 수 있었다.

네번째 요한의 집
등대모양을 닮은 하얀 석조 건축물이다.
다른 건축물에 비해 창문과 대문이 조그만한게 인상적이다.

요한의 집을 지나 행복의 집인 "필립의 집"에 도착했다.

다섯번째 필립의 집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하는 예배당이다.
주변에 벤치가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수 있어 좋다.

어느 노부부는 순례자의 길 여정이 고단했는지 내일 다시 나머지 순례자의 길을 돌아보겠다며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필립의 집을 끝으로 대기점도 탐방은 끝나고 노두길을 따라 소기점도로 넘어간다.

자전거로 예배당을 찾을때면 도보나 차량으로 순례자의 길을 따라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어느 어르신께서는 안전하게 라이딩하라며 감사하게 화이팅도 외쳐주신다.

도로를 달리다보니 호수에 건축물이 떠 있다.
혹시 몰라 다시 왔던길로 되돌아가보니 예배당 표시가 있다.
소기점도에서 처음 만난 여섯번째 감사의 집인 "바르톨로메오의 집"이다.

여섯번째 바르톨로메오의 집
이 건축물은 다른 예배당과는 달리 독특하게 물위에 떠 있는게 특징이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떻게 호수 위 건축물로 갈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아쉽지만 자전거로 호수주변을 돌며 멀리서만 아름답고 묘한 매력의 예배당을 구경한다.

바르톨로메오의 집을 떠나 인연의 집인 "토마스의 집"에 도착했다.

일곱번째 토마스의 집
하얀 건축물 상부가 파란 테두리를 두르며 파도물결처럼 깍인 문양이 독특하다.

내가 찾은 순례자의 길은 각 섬들에 맞는 독특한 해양의 특성을 나타내주는 건축물들이 있어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기대와 감동을 준다.

달리다보니 소기점도와 소악도 사이에 위치한 기쁨의 집인 "마태오의 집"에 도착했다.

여덟번째 마태오의 집
예배당 중 제일 화려한 모습이다.
유럽의 교회모습을 연상케하는 황금빛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웅장하고 이국의 정취의 예배당이 매력적이다.

소기점도를 지나 소악도로 넘어와 처음 만난 예배당은 소원의 집인 "작은 야고보의 집"이다.

아홉번째 야고보의 집
석조건축물 테두리 사이를 통나무로 꾸미고 유리창문을 통해 바다를 바라볼수 있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10번째 유다 타대오의 집
소악도와 진섬을 이어주는 노두길을 건너 만난 예배당은 칭찬의 집인 "유다 타대오의 집"이다.

1코스 마지막 인증센터도 이곳에서 만날수 있다.

유다 타대오집 인증센터
깔끔한 건축물은 예배당이라기보다는 관광객을 상대로 안락한 휴식처를 주는 커피숍 같은 분위기다.

유다 타대오의 집을 이동해 사랑의 집인 "시몬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열한번째 시몬의 집
시몬의 집에 도착했다.
이곳 예배당도 평온한 휴식처같은 느낌이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예배당은 세상 힘든 모든것을 내려 놓게 만드는 힘이 있는것 같다.

주변경관을 둘러보며 나도 잠시 평온을 찾는다

이제 이번 순례자의 길 탐방 여정의 마지막 12번째 예배당인 딴섬에 위치한 지혜의 집인 "가롯 유다의 집"으로 향한다.

은화 30냥에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
눈앞에 문제가 생겼다.
물이 빠지면서 서서히 노두길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나의 방문이 싫었는지 마지막 노두길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썰물로 확연히 노두길이 드러날것 같은데 소악도 선착장에서 마지막 배 출발시간이 10여분 밖에 남지 않아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게한다.
바다는 항상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자연의 힘을 잘 알기에 거스릴수는 없다.

열두번째 가롯 유다의 집
이번 순례자의 길 탐방에서는 마지막 12번째 예배당까지 무난히 들어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끝내 들어가지 못한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멀리서나마 바다건너 가롯유다의 집을 바라다보며 발걸음을 돌린다.

마지막 배 출발예정시간 7분 전에 소악도선착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선착장에는 순례자의 길을 찾았던 사람들과 차량들이 승선을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송공항으로 데려다줄 천사 아일랜드호가 소악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전히 날씨는 미세먼지 없는 최근 들어 보기힘든 최고로 멋진 날이다.

소악도 선착장
천사 아일랜드호에 몸을 싣고나서야 신안 1004섬 순례자의 길 탐방을 마무리한다.
자전거로 순례자의 길 탐방은 짧은 코스로 분명 아쉬움이 남을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첫 배로 들어가서 각 섬들을 천천히 구경을 하고 여유로운 일정으로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본다면 순례자의 길 탐방의 재미가 배가 될것이다.

오늘 라이딩은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볼거리들로 오늘 순례자의 길 탐방은 기대감으로 시작해서 즐거움으로 끝난 힐링 라이딩 그 자체다.
그저 이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