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1.11.13) 해남 땅끝자전거길(8코스 금강산 일주)

EverGreenMan 2021. 12. 13. 16:47
못한 아쉬움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지금, 아직도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그 곳, 내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오색물감 단풍이 보고 싶어진다.

차가웠던 늦가을 공기가 잠시 물러가고 오랜만에 화창한 주말날씨가 나를 유혹한다.
오늘은 해남으로 떠나본다.

해남코스는 이번이 두번째다.
어느 코스로 갈까?

오늘 라이딩의 목적은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서니만큼 녹음이 우거진 산으로 가보기로 결정하고 해남 땅끝자전거길 "8코스 금강산 일주"를 해보기로 한다.

북한에 있는 명산 금강산이 남한에도 똑같은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산새가 높고 아름답다는 증거일터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멋진 코스를 생각하니 내심 기대감이 커진다.

차량으로 이동 후 금강산 일주 라이딩 출발지인 우슬체육관에 도착했다.
도착한 체육관 주변에는 트랙을 따라 운동하시는 어르신 여러분들이 보이신다.
체육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변 조경들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 아늑하고 청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체육관 아래를 보니 꽤 규모가 큰 체육공원이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이곳 해남은 따뜻한 날씨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전지훈련 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라이딩은 시작은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들뜬 마음과 함께 드디어 라이딩을 시작한다.

체육관 후문으로 가는 길에서 커다른 몸채의 은행나무가 눈앞에 나타난다.
노오란 색깔로 파마를 한것 같은 풍성한 느낌의 은행나무 잎을 보고 있으니 가을 분위기가 물씬 전해진다.

지금은 일단 눈 요기만 하고 라이딩 복귀 후 그 기분을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한다.

체육관 후문을 통과 후 우측으로 이동해 우슬재로 올라가는 길부터는 자전거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어 자전거길을 따라 계속 고개를 넘어 가기만 하면된다.

자전거길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내며 갈수 있지만 자칫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임도로 진입해야 하는 지점을 무심코 지나치고 계속 자전거길을 따라 진행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내리막 중간에 "동운전력" 입갑판이 보이면 잠시 페달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 도로를 횡단해야 한다.
처음 방문한 라이더들이 코스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라이딩 초입부터 멘붕이 올수도 있으니 이 지점에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도로를 건너고 나면 주변 일대가 한창 공사 중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작은 터널을 통과한 후 "반석농아교회" 표지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진입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임도 라이딩이 시작된다.

임도로 가는 길에 나의 방문을 환영해 주는 시벌겋게 물든 단풍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첫번째 임도(영춘 >>> 영신)의 시작부터 가파른 업힐이 시작된다.
급한 일도 없으니 천천히 가리라. 마음 먹어보지만 실천해 옮겨질지 모르겠다.
자전거 페달소리를 들었는지 멀리 바둑이 짖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린다.

포장임도를 지나 흙길 주변에는 포크레인이 동원되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넓은 노면에 몇갈래 큰 물골이 생겨 노면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자칫 넘어질수 있으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경써서 올라와야 한다.

시간이 지나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뭇잎과 흙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낙엽들을 보고 있으니 이제 곧 겨울의 추위가 성큼 다가올것만 같은 기분을 실감하게 한다.

그래도 흙길을 밟는 기분은 언제나 참 좋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런 산뜻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산을 찾는게 아니겠는가!

점점 더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한적한 임도의 편안함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영춘~영신 임도 구간 어느지점에서 멋진 구비길을 만난다.

시원한 바람도 쐴겸 재촉했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변 풍경을 감상해 본다.

지금은 주변 풍경이 조금 을신년스럽게 느껴지지만 가을의 한중턱 시기에는 주변이 꽃과 울창한 나무들로 너무 아름다웠을것 같은 아름다운 장소다.

휴식을 끝내고 구비길을 내려오면 영신리마을에 도착한다.
마을길을 내려와 좌회전을 하며 파란 이정표 간판이 보이고 도로를 따라 직진으로 계속 진행하면 코스 이탈이다.
이정표 간판을 지난 후 곧바로 우측 농로터널로 이동해야 한다.

농로터널을 지나갈때는 주변이 음지여서 바닥이 물기로 젖어 있기때문에 속도를 줄이고 안전하게 통과해야 한다.

농로터널을 통과하면 또다른 이정표가 나온다.

좌측 공룡대로 방향으로 이동 후 큰도로가 아닌 "양한묵 생가" 이정표가 있는 우측 농로길을 따라 잠시 임도를 벗어난다.
짧은 시간 마을 국도를 달리면서 영신들녘의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들녘이 끝날때 즈음 마을 국도 우측에 영신교가 보인다.
하지만 영신교를 건너가면 코스이탈이다.

영신교 가기 전 좌측을 보면 금강산일주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 임도로 올라가야 된다.

여러 임도가 끊겨져 있는 코스라 갈림길이 나타났을때는 한번에 원 코스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표지목과 자전거길 안내표시가 동일한 색으로 설치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매우 헷갈릴수 있게 되어있다.

표지목과 안내표시가 확실하게 구분될 수 있도록 큰 이정표 간판이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두번째 신계~월산 임도로 진입한다.

구불구불한 업다운의 임도가 계속 이어진다.
벌목을 해서 임도를 넓히려고 하는지 드문드문 휑한 임도 구간도 만날 수 있다.

한참을 산속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끼며 라이딩 도중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은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매혹적인 풍경 속으로 빠져본다.

타이트하게 졸여 맸던 가방을 홀가분하게 풀어 헤치고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마치 세상의 주인이 된듯한 기분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가을풍경의 자태에 빠져 혼자만의 추억을 쉼없이 담아본다.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임도 구간마다 포장 임도로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지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위적인 포장임도보다는 울퉁불퉁해도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는 흙길을 더 선호한다.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흙길이 포장 임도로 변화할것임을 알기에 자전거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마음은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멀리 구름아래 산등성이 사이에 펼쳐진 평온한 월산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신계~월산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가을의 기운을 잔뜩 먹은 월산제를 만난다.
월산제 인근 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과 조우한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 가벼운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답례를 해 주신다.

월산제를 지난 후 곧장 월산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면 안된다.

월산제 끝지점에서 좌측 월산~맹진 임도로 진입해야 한다.
계속 업힐과 다운이 진행되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롭게 진행하기 바란다.

계속되는 업다운 임도를 진행하다보면 또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으로 가면 송석마을로 내려간다.
원 코스 방향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이동해 북창마을(맹진리회관)로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길이다보니 미처 이정표를 확인하지 못하고 곧장 직진하는 실수를 할수가 있다.
이정표를 기준으로 직진하면 안되고 좌측 월산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산기슭 중턱에 멈춰 서서 방금 지나왔던 구불구불한 신계~월산(송석) 임도와 방금 월산제를 내려다 본다.
참 많이도 왔구나!

길지 않은 거리이지만 구불구불한 산기슭을 돌다보니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한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해남의 임도 구간에는 100m 간격으로 설치된 표지목이 있다.
혹시 모를 산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쉽게 현재위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목적인 듯 보인다.
실생활에 안전하고 밀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아이템인것 같아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유용한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면 좋을것 같다.

화창한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갈대와 바람....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마음만은 부자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때면 스스로에게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멀리 북창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마을이 더욱 깨끗하고 가깝게 보인다.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 그리고 아직 빨갛고 노란 단풍의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구간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나무에 붙어있는 단풍잎이 언제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단풍나무 잎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때면 흩날리는 소리가 마치 한 여름 소낙비처럼 들려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단풍구경을 끝내고 내려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포장임도를 따라 곧장 내려가다보면 신나게 내려간 거리만큼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와야 하는 고충이 발생한다.

표지목 설치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라이딩 속도를 줄이고 좌측 흙길로 진입해야 원 코스로 갈 수 있다.

라이딩을 하면 할수록 금강산 일대 산새가 더욱 깊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포장임도를 따라 한동안 풍경 구경을 하다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정신없이 올가다보면 손쉽게 잘 닦인 포장 임도로 따라 갈수 있지만 원 코스로 가려면 우측 흙길로 가야한다.
이곳 지점에도 안내표시판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짧은 흙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포장임도 내리막이 나타난다.
경사가 심하니 내려갈때 조심해야 한다.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속으로 작은돌들이 숨겨져 있기때문에 속도를 줄이고 최대한 안전하게 내려와야 한다.

월산~맹진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대나무 군락지도 잠시 볼수 있고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북창마을(맹진리회관)을 관통해 내려오면 국도와 만나게 되는데 이때 좌회전을 해야한다.

한적한 도로 한 가운데를 나 홀로 질주 동안 그 어느 무엇도 나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없었다.

단지 마을 주변에서 어설프게 짖어대는 바둑이들이 불쑥 튀어나올까봐 신경쓰였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친다.

마을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해남의 가을 들녘을 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지나가다 보면 순간 진입코스를 지나칠 수 있다.

도로건너편에 조그만 크기의 자전거길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기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실수없이 원 코스로 진행해야 한다.

자전거길 이정표가 확인되면 다시 외호~장촌 임도를 오른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드는 임도 업힐구간 중 산속 어딘가에서 울어대는 새 소리만이 나의 위로자가 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인지 배가 슬슬 고파오기 시작한다.

 

외호~장촌 임도를 마무리하고 장촌리 들판을 내려다보며 장촌마을로 내려온다.

남계회관을 통과 후 얼마 가지 않아 만년저수지를 만난다.
한적한 도로 옆의 고요함 속에 파묻힌 저수지의 운치에 적막감을 느낀다.

고찰 은적사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짧지만 가파른 업힐과 맞닥뜨린다.
경사도가 꽤 나올것 같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기로 한다.
다행히 은적사 입구까지는 아스팔트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고찰 은적사에 도착했다.
크지않은 경내가 조용하고 아늑하다.

경내 주변에서는 인기척을 느낄수 없었지만 아직 시들지 않은 붉은 단풍나무들이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며 나의 눈을 호강시켜준다.

새소리와 더불어 오색물감으로 물든 단풍 구경을 만끽하게 해준다.
은적사에 와서야 단풍다운 단풍을 본것 같아 기분이 좋다.
보는 내내 정원처럼 잘 꾸며진 주변 풍경이 예술이다.

은적사 입구에는 하늘을 향해 우뚝솟은 삼나무의 의젓함이 인상적이다.
맑은 하늘과 구름, 나무와 사찰...사진 속 배경이 된 모든것들이 그냥 예술작품 그 자체이다.
만족스러운 단풍구경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짧은 은적사 단풍구경을 끝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다보면 두 갈래길이 나타나고 갈림길에서 좌측 마지막 임도(장촌 >>> 구교)를 만나게 된다.

마지막 임도라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난다.
바닥에 말라 비틀어져버린 낙엽들이 뒹굴고 있지만 나름 운치도 더해준다.

페달을 밟고 주변 자연에 심취하다보니 어느덧 멀리 해남읍내가 보인다.
이제 금강산 일주 라이딩도 얼마 남지 않은것 같다.

주변 임도에 공사가 한창이다.
읍내와 가까워서인지 주변에 산책나온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임도 외곽을 성곽처럼 담을 쌓아 올리는 모습이 특이하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다.

주민들 편의를 위해 흙길을 포장 임도로 변화시키는 작업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지만 흙바닥 위에 자갈을 깔아놓고 시멘작업을 기다리는 모습이 웬지 씁쓸하고 개인적으로는 사라지는 흙길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마지막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미암공원을 만난다.

입구에는 해남읍에서 시작하는 금강산 등산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옆에는 금강산의 유래에 대해 적어 놓은 글귀를 볼수 있다.

금강산은 해남읍을 뒤에서 묵묵히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해남의 진산이다.

미암공원 안에 정자가 있다.
정자의 이름은 "태평정"이다.

태평정에 오르면 해남 읍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다.

이제 읍내로 내려와 체육관으로 향하는 자전거길로 진입한다.

우슬체육관에 도착했다.
출발때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진것 같다.

출발때 봤었던 은행나무를 다시 만난다.
이 은행나무 잎이 바닥에 다 떨어지고 나면 침대를 만들수 있을까? 은행나무 침대!
은행나무를 보고있으니 괜시리 가을 감성에 젖는다.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많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해남 땅끝자전거길 8코스 "금강산 일주"를 안전하게 마무리 했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기 위해 좀 더 일찍 금강산을 방문했어야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또 아쉬운대로 힐링의 맛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강산은 해남을 대표하는 산으로써 이름답게 아름다움과 깊은 산새를 간직한 멋진 산임에 틀림없다.

이 코스를 방문하는 라이더들에게 당부할 사항은 라이딩 코스 도중 식당과 가게를 만나기 쉽지않기 때문에 간식과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기간에 이 장소를 찾는다면 더 각별히 신경써야 할것이다.

그리고 자전거길 안내판이 있긴 하지만 처음 방문한 라이더들은 순간 헷갈릴수 있는 갈림길이 여러 곳이 있으므로 꼭 GPS를 다운받아 라이딩 하시기를 권한다.

관계자분들께서도 갈림길 안내 이정표를 좀 더 크게 눈에 띄는 간판으로 설치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코스거리에 비해 누적고도가 1000이 훌쩍 넘고 경사도가 있는 5개의 임도를 넘어야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빨리 이동하기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체력안배를 잘해 라이딩을 해야 금강산 일주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가을쯤에 다시한번 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