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1.6.20) 신안 천사섬 도초도~비금도

EverGreenMan 2021. 6. 26. 16:21

숙소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전날 우려했던 상황과는 달리 도초도의 모기떼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보통 낯선 곳에 오면 잠을 설치기 마련인데 도초도의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아침 기상에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동적으로 실눈이 떠져 숙소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쳐다보니 오늘 비금도로 지나갈 서남문대교 일부가 보인다.

오늘은 신안 천사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손꼽히는 도초도~비금도 코스로 기대감이 크다.

도초도는 어제 일부 남서쪽 해안코스를 둘러봤기 때문에 오늘은 동쪽해안 코스를 훑어보고 비금도로 넘어갈 예정이다.

오전 7시 40분
가벼운 몸상태로 숙소를 나선다.
일단 화도항을 중심으로 도초도 오른쪽으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아침안개가 살짝 깔렸지만 오히려 운치있는 모습이 페달링을 가볍게 한다.

광활한 소금밭을 보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달린다.
소금밭을 자주보니 이제는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도초북길을 따라 라포리마을 들녁을 지나간다.
차량없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 맑은 아침공기...
너무나 행복하다.
일행을 방해하는 어떤것도 없다.

도초도는 어느 육지의 시골마을처럼 농경지(논, 밭)가 잘 개간되어 있어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평탄한 도로를 따라가다보니 한발마을이라는 곳에서
'세계생태수도 섬 방문자센터'를 만난다.

이 곳은 옛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생태교육과 생태체험을 결합한 교육방법을 세계 속에 신안군을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푸르른 운동장이 보고 있노라니 잔디 위를 뛰어 다니고 싶을 정도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냥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도초도는 섬이지만 논과 밭이 꽤 많이 보인다.
개간 작업이 잘된걸까?

도초동부길을 따라 부담없는 라이딩을 즐긴다.
한적한 도락마을, 이곡마을을 지날때까지 인기척이 없다.
너무나도 조용한 섬이다.

이곡마을에서 고란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오르막을 통과해야 한다.
이 또한 그렇게 높지 않아 자신의 템포대로 페달링을 한다면 어렵지 않게 무정차로 오를 수 있다.
자욱한 안개에 덮힌 고란마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르막이 끝나면 이제 시원한 내리막과 평지가 기다린다.
신나게 속도를 올려 달릴수 있다.

도초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시목길을 따라 엄목마을을 통과하자 시목해수욕장 갈림길과 합류한다.

길이 낯익어 코스를 다시 확인해보니 이곳부터는 어제 잠깐 둘러봤던 시목해수욕장과 수국공원 일대 코스라는걸 확인하고 곧장 면사무소 방향을 돌린다.

생각보다 일찍 도초도는 다 둘러본것 같다.

면사무소 인근에 도착하여 중식당 '다래원'이라는 식당에서 콩국수로 요기를 한다.

건물 지은지가 얼마 안되었는지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여사장님과 종업원들이 손님응대도 친절하시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봉사로 좋은 일도 하시는걸 보니 식당이 대박 났으면 좋겠다.

도초도는 시금치가 유명한 모양이다.
콩국수 위에 뿌린 가루가 들깨가루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금치 가루라고 한다.

도초면사무소 거리가 한산하다.
콩국수로 요기도 했으니 이제 힘을 내어 서남문대교를 지날것이다.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과 닮았다고 붙여진 비금도의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도초도와 비금도를 이어주는 서남문대교를 건넌다.
1996년에 만들어진 왕복2차선 다리는 웅장하지는 않지만 비금도와 도초도의 소중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서남문대교를 통과하자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소금밭을 또 만난다.

비금도에서 처음 만나는 대동염전이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소금밭이 없는 곳이 없다.
비금면사무소를 통과해서도 넓고 넓은 소금밭의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비금도는 도로마다 자전거 표시가 잘 되어 있어 목적지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비금도에서도 반가운 산딸기 군락을 만난다.
잠시 페달을 멈추고 산딸기를 입으로 집어 넣는다.
이 녀석의 달콤한 매력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신의도에서 맛본 산딸기 보다도 더 단맛이 많이 나는것 같다.

다른 장소로 가야하는데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야한다.
도로를 한참 달리다보니 대동염전 인증센터를 만난다.
대동염전 안 어딘가에 있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민나게 된다.
비금가산항으로 가는 용소길 삼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행들이 먼저 도착해 있는 비금 가산항에 나도 뒤늦게 합류하여 잠시 휴식을 한다.

이 항포구는 차량과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선박을 이용해 관광객과 차량들이 오고가기를 반복하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다.

도초도 수국축제 기간이라 차량으로 구경하기 위해 온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박에는 차량과 사람들로 만원이다.

비금도 이정표 비석위에는 큼지막한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앉아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비금도를 지키는 수호신(?) 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비금가산항 구경을 끝내고 비금도에서 제일 절경이 아름답다는 북쪽 해안을 향해 달려간다.

용소길 아스트팔트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아름다운 염전과 농로길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지나서부터는 성치산 긴 비포장 임도길로 접어든다.
구불구불 업다운이 반복되는 비포장 도로인 만큼 수고는 되지만 멋진 자연경관을 볼수있는 조건들이 아주 많고 매력적 장소이다.

비금도 북쪽 성치산 임도구간에 있는 입도마을 전망대에 도착했다.

내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펑 뚫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눈으로 볼수 있다.

날씨까지 화창해 인근 자은, 암태, 추포도 등 신안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도마을 전망대에서 임도길을 조금 내려가다보면 중간에 생각하지도 못한 싱글길이 나온다.

이 구간 거리는 약 500미터 정도 될것 같은데 길이 좁고 돌덩이, 나무뿌리 등이 있어 조금 위험하기는 하다.
자전거 스킬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스릴감 있게 라이딩을 하며 내려오면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릴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자전거에서 내려 끌바를 하면 된다.
거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험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싱글구간만 지나면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임도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도길을 달리다보면 멋진 자연 풍경에 취해 몇번이고 발걸음을 멈추곤 한다.

북쪽해안은 첫구지 해변을 포함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모래해변들이 많다.

북쪽 해안가에서 한적한 모래해변을 보니 가족끼리 여행을 와도 너무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래해변을 지나 비금북부길을 따라 이동한다.
아름다운 비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주변에 팬션들이 많다.
멋지게 지은 한옥 펜션이 매력적이다.

지동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이세돌 바둑 박물관을 만난다.
바둑천재로 불리던 이세돌 기사가 신안출신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몇년 전이었을까?
알파고와의 대국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박물관이 깨끗하고 주변 관리가 잘되어 있다.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방문한다.

인증센터는 건물 안쪽에 설치되어있다.
건물 바깥 뒤 대나무밭 사이로 샛길이 있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는데 코스를 이탈할것 같아 이번에는 참기로 한다.

박물관 운동장에서는 소방관들이 헬기 조종연습을 하는지 줄기차게 헬기가 떳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줄기차게 모터를 돌린다.

이세돌 바둑 박물관을 지나 도로를 따라가다보니 명사십리해변 이정표가 보인다.
얼마 가지 않아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차량들이 인증센터 앞에 주차를 해놓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명사십리해변으로 내려간다.
해변자체가 웅장하다.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광활한 고운 모래와 웅장한 풍력발전기의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추억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가장자리로 가 파도물살을 가르며 자전거로 모래해변을 신나게 달려본다.
대광해변과 명사십리해변 중 어디가 더 길까?
괜한 궁금증이 생긴다.

오염되지 않은 수려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모래해변을 달려보는 이순간이 일행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인지 알것이다.

명사십리해변의 여운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다음 인증센터를 향해 움직인다.

신원마을을 지나 고막마을 통과해서 부터는 임도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전거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난다.
앞 타이어 펑크가 나 공기가 절반가량이 빠진 상태다.
그동안 잘 버텼는데 거의 다 와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마음이 급하다.

튜브를 교체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일단 공기만 최대한 빵빵하게 주입하고 페달링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로 한다.

서산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구불구불한 임도 오르막을 몇차례 만나게 된다.
하누넘 해수욕장길로 곧장 따라 가다보면 이미해변을 멀리서나마 볼수 있다.

하트해변을 지나 조금만 더 임도 오르막을 올라가면 하트해변을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펑크때문에 페달링에 신경쓰다보니 다른 일행들 보다 먼저 하누넘 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내려다 보이는 해변이 하트모양을 닮았다해서 하트해변이라고도 부른다.

하트 조형물 전망대에서 하트해변을 바라본다.
하트 모양인가?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산기슭을 구비구비 돌아 제끼는 임도길 옆으로 에머랄드 색깔의 푸르른 바다가 아주 조화롭게 색감 배치을 하고 있다.

정신없이 올때는 몰랐는데 지나오고 나니 코스가 아주 매력적인 코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른 일행들이 오기 전에 다시 빠진 앞 타이어 공기를 빵빵히 채워 넣는다.

저 멀리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는 일행들의 모습이 개미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날씨까지 좋아 이곳의 수려한 경관을 가슴으로 채워 넣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하트해변을 끝으로 도초도와 비금도의 모든 코스를 둘러봤다.

오늘 다녀온 아름다운 도초~비금도의 길을 실제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는다.
작은 수고가 있었지만 행복함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아깝지 않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일행은 전망대에서 마지막 휴식을 한 후 이제 종착지 도초도 화도항으로 이동한다.

내촌마을로 내려와서부터는 아스팔트 도로를 달린다.
안녕~ 비금도...
언제 다시올런지 모르지만 다시한번 오고 싶다.

서남문대교를 넘어 화도항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끊고 시간적 여유가 30분 정도 있어 오다가 본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 현수막이 생각나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앞타이어가 펑크가 났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속도가 나지않아 확인하니 앞타이어 공기가 절반이상 없다.
중간에 시간이 허비하게 되니 배를 놓칠까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행히 5분여를 남기고 화도항에 도착했다.

선박은 정확히 오후 4시에 승객을 싣고 도초도 화도항을 출항했다.
안념 도초도... 잘 있거라!
도초도에서 목포 북항까지는 중간기착지 포함 2시간여가 걸린다.

날씨가 화창해 신안 섬들이 눈앞에 다가온다.

안좌도 중간기착지에서 시간이 조금 지연되어 목포 북항에는 오후 6시 20분이 넘어 도착했다.

이로써 신안 천사섬 1박 2일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신의도, 하의도, 도초도, 비금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다.

멋진 자연경관을 보며 추억을 남길수 있도록 함께 해준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또다른 천사섬 라이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