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랑

(20.7.27) 우중 봉화산~천성산 왕복

EverGreenMan 2020. 7. 27. 22:35

주일 날 당직서고 당직휴무하는 날~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오전까지는 날씨가 괜찮은데 오후부터 또 다시 비가 예상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바빠진다.
한숨자고 가려던 라이딩을 순서를 바꿔 먼저 라이딩을 다녀온후 휴식을 하기로 했다.

오후 2시 번개 라이딩 공지에 참여하는 회원이 없어 혼자서 라이딩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은 짧고 굵게 봉화산 업힐후 천성산 다운, 그리고 다시 천성산 업힐 후 봉화산 다운으로 해서 귀가하는 코스로 정했다.

오후에 비 소식은 예상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비소식이 전해졌다.

이게 웬일인지 잔차에 올라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비가 쏟아진다.

일단 잔차와 함께 나온이상 뭐라도 해봐야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너무 아쉬워 계획했던 대로 봉화산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평소 다니던 용수마을 농로를 지나 이어지는 봉화산 가는 길은 비로 인해 땅이 축축히 젖었지만 라이딩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임도와 흙밭길을 중간쯤 지났을때부터는 비가 세차게 몰아친다.

이미 옷이며 신발이며 비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지 오래되었다.

비가 계속 내리다보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안전에 신경이 쓰여 최대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라이딩을 진행했다.

계속되는 업힐과 내리는 빗줄기을 맞으며 페달을 밟다보니 어느새 봉화정에 도착했다.

봉화정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물 한모금을 마신 후 주변을 둘러보니 잘 나왔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내리는 비와 함께 낮게 깔린 구름이 제법 운치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봉화정에 앉아 좌우를 둘러보니 좌측은 방금 올라왔던 업힐 코스이고 우측은 곧 내려갈 천성산 다운 코스다.

비가 조금 누그러지기를 기다렸지만 생각과 달리 쉽게 멈출 비는 아닌게 분명했다.


물에 젖은 장비를 주섬 주섬 챙겨입고 업힐보다 힘들다는 천성산 다운을 시작했다.

급경사인 길을 비에 젖은 미끄러운 바닥에 맞닿은 순간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하는 굉음들이 순간 온몸을 경직되게 하고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리꽃는 다운으로 마을 지나고나니 오천동 도로에 도착했다.


비는 계속 세차게 내렸지만 나름 운치있는 주변 모습에 핸드폰 셔터기를 눌러댔다.



이제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는 반대로 천성산 업힐이다.


비가 정말 장난이 아니게 내린다.

업힐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페달이 헛바퀴를 돈다.
설상가상으로 쏟아지는 폭우 사이에서 체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중대한 기로에 섰다.
업힐한지 얼마되지 않았기때문에 여기에서 라이딩을 중단하고 만성리로 내려가 삼천리 샵으로 가서 수리를 받아야 하나~
아님 어떻게든 고쳐서 천성산을 업힐 후 봉화산으로 해서 집으로 복귀하나~

솔직히 후자는 답이 없었다.
고쳐질런지 고쳐도 시간이 얼마나 걸린런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니 더욱 난감했다.

일단 고민할것도 없이 후자를 선택하고 비를 맞으면서 수리를 한것 같다.

다행히 부러지고 부품이 이상이 생긴것은 아니어서 이리저리 맞춰 가며 30분 넘게 수리를 한것 같다.
정말 그 순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간절하니 어떻게든 해결이 되긴 된것 같다.
일단 풀었던 부품들을 조이고 나서 페달을 밟으니 다행히 앞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진행이 된다.

일단 이 순간을 모면하는게 급선무 였다.

비에 젖어 무거워전 몸둥아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천성산 업힐을 시작한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바로 앞 바닥만 보고 페달을 비벼댔다.

긴 업힐이 계속되었지만 다행히도 페달을 밟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기어를 조절해가며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구불구불 업힐을 몇차례 올라가니 천성산 쉼터가 나왔다.
쉼터 간판이 보이는것을 보니 봉화정에 거의 다 온거다.
이내 몸은 더욱 가벼워졌다.

봉화정 가기전 우측 코스로 봉화산 정상에서 흔적을 남기고 싶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그 코스는 포기하고 곧바로 봉화정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봉화정에 도착했다.
9부 능선은 넘은 것이다.

무거워진 장비들은 벗어던지고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겼는지 비가 조금 수그러지면 내려갈 심상으로 음악소리에 빗소리를 곁들이며 한량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PLAY
이제는 힘든 코스는 다 마무리됐고 봉화산 다운만 남았다.


하지만 빗줄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춥고 배도 고프고해서 언제까지 아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내려오는 길은 긴장이 풀린 마음을 다잡고 더 신경을 집중하여 평소 속력의 30프로 속력으로 집중하며 내려왔다.


내려오는 중 잔뜩 물 먹은 나무들은 더욱 푸르게 푸르게 그들만의 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다.

타이어에 부딪히는 사각사각거리는 작은 자갈돌멩이의 소리가 감성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려오는 길마다 폭우로 인해 물골이 만들어져 위험한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넘어지지 않으려고 정말 신경을 써서 무사히 집까지 복귀했다.


오늘 목표했던 짧지만 굵은 라이딩 코스를 잘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

이제 잠시 미뤄뒀던 잠을 자야겠다.

이번 주도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해바라기 회원님들도 틈새전략을 잘 세워 즐거운 라이딩 기회를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