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 기운을 얻어 오랫만에 기지개를 펴본다.
앞으로 혼자서는 라이딩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자리를 박차고 이끌리게 하는 유혹은
나도 어찌할수가 없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해남 땅끝자전거길을 나서보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숨쉬고 있는 땅!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군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빠른 명량해협!
오늘 라이딩은 해남 땅끝 자전거길 "3코스 우수영길"이다.
우수영관광단지에 차량을 주차하고 출발준비를 한다.
출발장소에는 라이더들을 위한 자전거길 코스 조감도가 멋지게 세워져 있고
거기에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승리, 명량대첩의 현장으로 구릉지와 광야를 더하는 코스"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우수영길 코스는 난이도가 "하"로 구분된 대부분이 도로와 농로로 구성되어 있고 상승고도 또한
높지 않아 입문자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힐링코스다.
주변에는 명량해상케이블카와 기념전시관, 우수영관광단지(스카이위크)등 관광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우수영길 라이딩을 마무리 한 후에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본격적인 우수영길 라이딩을 시작한다.
날씨도 라이딩하기에 아주 좋은 최적의 상태다.
우수영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유스호스텔 뒤 우회전으로 올라간다.
이정표가 보이면 좌측으로 이동하여 안골길, 마을 농로를 따라 이동한다.
빨리 가려는 마음을 자제시키고 찬찬히 가을풍경을 만끽하며 달려본다.
추수할 시기가 다가왔는지 들녘은 황금빛 물결로 가득하다.
얼마가지 않아 드넓은 배추밭이 사방에서 나타나고 스프링클러가 좌우로 바쁘게 움직인다.
가는 길가마다 해남의 명성을 알려주듯이 배추밭이 쫘악 깔려있다.
장포마을까지 가는 농로구간은 여느 시골 농촌분위기처럼 평화롭다.
장포마을회관을 지나서부터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바람에 흐느끼는 갈대의 몸짓이 더욱 가을분위기를 자아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풀숲이다.
이 길이 맞는지?
풀이 대략 허리높이 이상까지 자라나 있다.
어라... 갈수 있는 길인지... 코스를 잘못 알고 왔을까? 다시 확인해봐도 코스는 맞다.
길게 자란 풀, 물기와 흙이 뭉게진 눅눅한 바닥, 마치 습지와 같은 환경이다.
한동안 사람들의 왕래가 전혀 없었을 정도의 난감한 도로 상황이다.
앞에서는 갑자기 고라니도 뛰어다니고 사방에서 풀벌레가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
한 발짝씩 움직일때마다 다리에 풀이 쓸려 시립다.
움푹 파여 골이 생긴 구간은 잘못가다가는 자빠지기 십상이다.
갈수 있을까?하는 망설임~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가야하지 않겠는가!
잠시 후 나보다 더 심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만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도 습지에 빠져 오고가도 못하고 있다.
한참동안 굉음소리만 내다가 재뿔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4륜 구동 SUV인데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이고 분위기도 심상찮다.
어떻게 나가야할지 갑갑할 노릇이다.
내 코가 석자임에도 괜시리 걱정이 되어 한참을 지켜보다가 마땅히 도와줄 방법도 없어 일단
내 갈길을 가기로 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온몸이 진흙투성이고 잔차도 진흙 맛사지를 한것처럼 엉망이다.
누가 보면 1박 2일 280랠리에 참가하고 온 사람처럼 보인다.
들판을 벗어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옥매광산으로 이동한다.
다행히도 상승고도가 높지않아 라이딩하는데는 편안하다.
옥매광산 도착!
허름한 창고건물과 추모비가 눈앞에 들어온다.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 두분 만이 일을 하고 계신다.
허름한 건물은 일제시대에 채굴한 광물자원을 보관한 창고였었고
추모비는 일제 전쟁말기에 제주도로 끌려간 광부들이 광복 후 고향으로 복귀하던중 선박에 화재가
발생하여 바다에 가라앉게 된 사건으로 118명이 목숨을 잃어 그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현장이 아닐 수 없다.
옥매광산 구경을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가는 곳 마을 농로길 좌우 밭마다 배추가 한가득이다.
마을을 통과해 가다보면 옥동삼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한적한 농로를 조금 달리다보면 자전거길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이때 좌회전으로 간다.
언뜻 보기에 농로가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기 때문에 이정표를 잘 확인하고 가야한다.
한참을 달리던 중 삼덕교 삼거리 갓길에 있던 덩치 큰 바둑이 세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순간 깜짝 놀랐다.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짖어대는데 다행히 묶여있어 한숨 돌리고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놀란 가슴이 진정될 때 쯤 금호호 호반길로 향하는 드넓은 들판을 만나게 된다.
이정표가 나오면 우회전을 한디.
금호호 호반길의 시작이다.
오른쪽은 금호호 뚝방이 높게 쌓아져 있어 호수는 보이지 않고 왼쪽은 온통 황금빛 물결 들판이다.
잡초가 무성하지만 장포마을 평야 늪지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다.
사각거리는 비포장도로 자갈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호반길이 끝나면 고평마을~고당마을로 진입한다.
이동하는 동안 바깥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면 신평삼거리가 나오는데 이때 좌회전을 한다.
용정마을로 향하는 길가 밭에는 황토색 흙이 잘 개간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작물이 잘 자랄것만 같다.
용정마을 도로를 달려 화원 배수장을 지나면 곧장 좌회전을 한다.
이때부터는 오른쪽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가 있다.
날씨까지 화창하니 하늘의 구름과 푸른바다가 한폭의 그림처럼 조화롭다.
예락마을에 도착했다.
주변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내 예상이 맞았다.
안내표지를 보니 아름다운 경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억을 담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또한 예락마을은 일명 "복 터진마을" 이라고 하는데 해남지역 천주교가 처음 뿌리내린 믿음의 본 고장으로 천혜의 개펄과 그 곳에서 생산된 토판염, 세발나물 등 다양한 농수특산물과 주민 간 끈끈한 믿음이 있는 복터진 마을로 선정됐다고 한다.
이런 마을 이름을 얻었다는 자체가 대단한 마을임에 틀림없다.
예락마을 풍경을 만끽하고 잠시 임하도에도 들려본다.
이곳도 풍경이 장난이 아니다.
임하교 위에서 바라본 바다경치가 예술 그 자체다.
선착장까지 달리는 동안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에 심취해 금새 도착해버린다.
이곳에서는 험상궂게 생긴 바둑이도 짖지않고 그냥 눈만 마주친다.
평화로운 시골항포구다.
이제 마지막 종착지인 우수영으로 이동한다.
줄곧 해남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괜시리 되지도 않는 충동이 생겨
속도를 올리며 페달질을 해대니 심장이 터질것만 같다.
한참 가속도가 붙을때 쯤 서상마을 입구에 도착하고 우회전하여 마을로 진입한다.
미로같은 마을 좁은길을 지나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갑자기 바둑이가 튀어 나올것 같기도 하구...
우수영 여객선터미널 이정표를 보니 종착지에 다 온것 같다.
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가다보면 우수영 가스충전소가 나오는데
이곳부터 우수영관광지까지는 짧은거리이지만 역주행을 해야 하니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드디어 해남우수영 관광지에 도착했다.
오랫만에 나선 해남 땅끝자전거길 3코스 우수영길을 안전하게 마무리 했다.
이제 5개코스만 남았다.
머리 위에는 떠다니는 해상케이블카, 바다에는 유람선, 관광지 스카이위크에는 추억을 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나도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우수영관광지(울돌목)주변을 돌아보며 나만의 추억을 담아본다.
다음 코스는 어디?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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